우리 학교 연수부장을 맡은 박 모 교사의 말로는, 지난해 교원들의 연수를 안내하는 공문을 무려 1100장 정도 받았다고 한다. 친절하게도 연수 안내가 올 때마다 박 선생님은 하나하나 안내를 해주시기 때문에 대략의 윤곽들은 기억이 나는데 주로 대학에 개설되거나 어떤 연구소, 전문기관 등에서 진행하는 연수였다.
물론 교사로 아이들과 생활하노라면 어떤 것이라도 알아서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있으랴만 정작 현장에서 교사들이 절실하게 요구하는, 다시 말해 교육의 질을 향상하는데 꼭 필요한 연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는 생각이다. 연수 성적이 승진에 필수요소로 등장하고 그런 연수들의 성적이 교육당국에 의해 승진점수로 인정되는 바람에 필요불가급하며 어슷비슷한 연수들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한 것이다.
이들 연수의 공통된 조건은 현장의 교사들에게는 과중한 부담이 될만한 연수비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흡사 승진에 뜻을 둔 많은 교사들의 절박한 형편을 틈탄 장사형식에 교육당국이 동업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정작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앞장서 투자해야할 교육당국은 IMF 당시 예산절감이란 명분을 내세워 대부분의 연수를 자율연수라 이름하여 연수당사자인 교원 자신에게 연수비를 부담하도록 조치했었다. 그리고 어느 새 그 틀이 고착돼 교사들은 불만을 삭이며 자비연수를 받아들이는 형편이 돼 버렸다.
IMF 기점으로 한 이 같은 자비 자율연수의 확대는 교사들의 불만을 사고 나아가 공교육의 부실을 가져온 한 원인이 됐다고 생각된다. 교육당국이 직접 교사들의 능력 향상을 위한 연수를 개발하고 실행하는데 너무도 인색해 짐에 따라 공교육의 질이 떨어져 학부모로부터 손가락질 받는데 일조한 감이 없지 않다.
더욱이 시·도마다 형편에 따라 같은 성격의 연수에도 불구하고 지원비가 아예 없거나 천차만별이어서 교사들의 불만을 더욱 가중된 게 사실이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수준을 넘지 못한다. 제 능력 키우는 데 국가가 연수비를 지원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식의 발상은 곤란하다. 교사들의 연수란 게 정말 당장 교육에 필요해서 받는 것 아닌가.
지금이라도 교육당국은 무분별하게 고가의 연수를 안내하는 정책을 지양하고 교사의 연수에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할 것이다. 교사의 질이 향상되는 것이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 첩경이 될 것이고 아울러 무능한 교사를 도태시키는 방법이 된다는 것을 인식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