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학교·단체 등 10개 분야 48편 참여
전국 확산방법 등 날카로운 질문 이어져
조건부인증· 3년 제한 등 검증도 차별화

“교육환경이 어려워 문제가 많았던 저희 학교 학생들을 지켜보며 적어도 우리 반 아이들만큼은 단기적이고 일회성인 인성교육보다 꾸준히 실천하는 인성교육을 하자는 심정으로 버츄프로그램을 이용한 인성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게 됐습니다.”
그동안 혼자 좌충우돌하며 고생 끝에 개발한 ‘미덕(美德) 실천으로 NO 학교폭력, 행복한 학교 만들기’ 프로그램(학교폭력 예방 분야)을 발표하는 신인숙 서울중원중 생활지도부장의 목소리에 긴장감이 흘렀다. 열심히 설명하느라 정해진 10분 발표시간을 넘겨 준비한 내용을 다 선보이지 못한 신 교사의 얼굴에는 아쉬운 기색이 역력했다. 개발과정, 버츄프로그램 도입 이유, 현장 확산의 구체적인 방법, 프로그램 검증 등 심사위원들의 날카로운 질문도 이어졌다.
인성교육범국민실천연합(상임대표 안양옥·이하 인실련)이 11일 국내 최초로 인성교육프로그램 인증을 위한 발표대회를 서울교대 에듀웰센터에서 갖고 프로그램을 심사했다. 인실련은 보다 질 높은 인성교육프로그램을 발굴, 전국 확산을 위해 인증제를 도입했다. 개인·학교·단체 등을 대상으로 프로그램 인증 공모를 진행해 학교폭력 예방, 진로교육, 부모의 역할 등 10개 분야 총 152편을 응모 받아 이 중 요건 및 서류 심사 등을 통과한 48개 프로그램이 이날 발표심사에 나섰다.
혼자 또는 팀으로 고군분투해 프로그램을 개발한 교사·학교부터 대한태권도협회, 한국성품협회, 대전지역사회협의회 등 각종 협회, 법무부와 공동 개발한 이화여대 학교폭력예방연구소까지 우수인성교육프로그램으로 인증받기 위해 문을 두드렸다.
‘행복나무 프로그램(Let's TAB TAB)’(학교폭력 예방 분야)을 발표한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그동안 프로그램의 효과성을 검증하면서 고민해왔던 부분을 정확히 심사위원들이 지적하더라”며 “발표심사에 올라올 수 있어서 영광”이라고 말했다.
‘연극으로 미소 짓기’(학생자치활동 분야) 장애활동인식 개선 연극 프로그램을 소개해 주목받은 안병철 경남 함양여중 교사는 “장애학생·소외계층·일반학생이 모두 모여 대본부터 연극의 모든 과정을 준비함으로써 책임감, 약속의 중요성, 뜻 깊은 일을 함께하는 뿌듯함을 배우게 된다”며 “이렇게 준비된 5개의 연극이 교내 발표회용으로 끝나지 않고 지역사회에 공연됨으로써 장애인식 개선을 위한 메시지를 전해 더 보람있다”고 소개했다.
시‧도교육청으로서는 유일하게 참가한 대구교육청은 ‘말결 다듬기를 통한 말빛-마음빛 찾기’ 프로그램(바른말 고운말쓰기 분야)으로 눈길을 끌었다. 교육청과 함께 연구한 윤현철 매천초 교사는 “교수·학습방법, 워크시트 제작 등에 특히 신경을 썼는데도 심사위원들이 활용방법에 대한 실질적 수업모델을 함께 제시하면 좋을 것 같다는 조언을 했다”며 “좋은 프로그램으로 인증 받아 전국에 확산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실련은 15일 인증위원회(위원장 곽병선)를 열고 최종 인증프로그램을 결정할 예정이다. 인증/불인증으로 양분되는 다른 심사와는 달리 ‘조건부인증’ 제도를 도입, 차별화했다. 심사 역시 우수하고 질 높은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기 위한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조건부 인증의 경우 평가위원의 수정·보완 조언에 따라 프로그램을 개선, 올해 하반기 인증심사에 다시 재출할 경우 최종 인증을 결정하게 된다.
조벽 심사위원장(동국대 교수)은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조건부 인증과, 끊임없는 발전을 유도하기 위한 3년의 인증 기한 장치를 둔 것은 질 좋은 프로그램만 인증하겠다는 의지”라며 “인실련의 인증을 거친 우수한 프로그램들이 널리 알려져 뒷전으로 밀린 우리나라 인성교육이 제자리를 찾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인실련 인증프로그램으로 결정되면 교육부장관 정부 인증서와 프로그램 보급을 위한 지원금이 수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