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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칼럼> 인성·창의 교육으로의 전환을 요구한다

창의·인성교육이 처음 화두가 된 것은 1992년 대통령 선거 시절로 기억된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 후보는 교육부분 7개 영역의 첫 과제로 21세기를 주도할 자주적이고 창조적인 인간교육을 역설했다. 지금의 창의·인성교육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의 공약이었다. 그로부터 창의와 인성은 일부분씩 논의되면서 학교현장에 출현하다가 2009 개정교육과정 총론에서 창의·인성교육으로 완성돼 교육현안 실행 과제의 으뜸으로 등장하게 된다.

창의와 인성을 한 울타리 안에 묶어놓은 것은 자칫 상당한 모순으로 비칠 수도 있다. 대부분의 경험에서 우리는 창의를 엉뚱한 생각쯤으로 오해를 하기 쉽기 때문이다. 평범함이나 일상적인 것들은 창의하고는 거리가 먼 것들이며 보통과는 다른, 일상과는 대비되는 특별한 아이디어쯤으로 생각해왔기에 그런 오해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거기에 비해 인성이라는 낱말이 주는 뉘앙스는 우리의 일상에서 볼 수 있는 바르고 착한, 심성 고운 느낌의 이미지를 지울 수 없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창의와 인성이 함께 묶인 것은 한 울타리 안에 낯선 어울림을 동반한 동거의 형태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의·인성 교육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창의와 인성은 사이좋은 형제처럼 혼재돼 지금은 모든 교육 활동의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요즘 학교 현장의 위기를 생각한다면 어순의 느낌이 주는 무게감에서 과연 창의가 앞자리를 차지해야 할지, 아니면 인성을 앞에 둬야 할지에 대하여는 한번쯤 다시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작금의 학교 사회는 교권침해와 학교폭력의 홍수 속에서 인성교육이라면 촉각이 곤두설 만큼 긴장의 연속선상에 놓여 있다. 난무하는 교권침해와 학교폭력의 원인으로 인성교육의 부재가 지적되고 있고, 반복되는 폭력은 결과적으로 또다시 인성교육의 중심을 어지럽히고 있기 때문이다.

자고나면 학교폭력과 관련된 사건사고가 한 건씩 터지는 이런 상황에서는 창의·인성교육을 아무리 외쳐봤자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한 이 현실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지 답답할 뿐이다. 이제 인성교육의 성패는 우리 교육의 현실을 진단해버릴 수도 있는 중요한 과제가 돼버렸다. 그런 점에서 인성의 바탕에 창의성을 향상하려는 취지에서나 시대적 상황에서나 인성·창의교육의 어순으로 전환하는 것이 맞다.

어순을 앞뒤로 바꾸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가 있겠냐고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겠지만 창의·인성과 인성·창의교육이라는 낱말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와 이미지는 분명 다르다.

이전에 국어교과에서도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의 순서였던 것이 듣기, 말하기, 쓰기, 읽기의 순서로 바뀐 적이 있다. 당시에는 말하기가 강조돼 듣기가 자연스럽게 뒤로 밀려나게 됐다. 그러나 언어 습득체계에 맞춰 듣기를 우선하고 말하기를 후순위로 돌린 것은 참 잘한 일이었다. 바로 타인 배려의 출발점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창의·인성교육은 창의교육이 강조되고 나서 인성교육이 뒤따라오는 순서가 돼 그 맥락에서 받는 느낌의 부조화, 불편함, 혹은 어색함을 떨쳐내기 힘들다. 물론 지금도 모든 학교에서 교과교육과 관련해 다양한 인성교육이 이뤄지고 있을 뿐 아니라 별도의 인성교육 활동들도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각종 정책에서 이뤄지는 상당수의 활동들은 창의·인성이란 표현을 많이 쓰고 있기에 은연중에 창의가 인성보다 중요시 되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그러나 인성·창의교육이라고 순서를 뒤집었을 때 인성교육의 단단한 틀 안에서 창의가 이뤄진다는 무언의 메시지가 분명히 전달된다.

실제로 인성 교육은 창의성의 순수한 재료이자 조미료다. 또 인성은 창의성 발달의 기초이며 첫걸음이다. 보편적 혹은 일반적 가치인 인성을 기반으로 봤을 때 창의성은 그 위에 차려져야 할 산물이다. 역으로 창의성을 기반으로 인성을 싹 틔운다고 한다면 어색한 것이다. 물론 교육의 단기 목표점을 창의에 두느냐, 인성에 두느냐 양자 간의 논쟁이 됐을 때는 상황과 입장에 따라 그 결론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학교가 폭력에 시달리는 현재의 위기 상황에서는 선 인성교육, 후 창의교육을 강조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인성의 튼튼한 울타리 안에서 창의교육이 이뤄져야 하고 올바른 창의성 교육을 위해 우리는 부단히 학생들의 사고력을 증진시키는 노력을 다 해야 한다. 인성의 뜨거운 가슴에 창의의 머리를 가진 인재 육성, 우리의 미래 지향적인 교육 목표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인성·창의교육으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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