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의 핵심 국정운영 기조는 창조경제다.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가 창의성을 우리 경제 핵심가치로 두고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 융합을 통해 산업과 산업, 산업과 문화가 융합해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했다. 창조경제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융·복합을 가로막고 있는 규제의 완화와 창의인력 양성 그리고 연구개발 투자 확대 등 장기적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것이 박 대통령의 설명이다.
교권 확립과 공교육 정상화 필요
이처럼 창조경제가 대두된 배경은 남의 아이디어를 모방하는 ‘추격형 경제’로는 더 이상 경제를 성장시킬 수 없다는 절박함이다. 창조경제가 화두인 만큼 각계각층에서 이를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해법들이 제시되고 있다. 정부부처 간 업무를 재조정해야 한다는 미시적인 해법에서부터 협력적인 소프트웨어 산업 생태계 조성과 같은 거시적인 제안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창조경제의 심장을 뛰게 할 수 있는 필수 조건은 창의교육뿐이다. 라르스 다니엘손 주한 스웨덴 대사는 한 언론사 기고문에서 “스웨덴 창조경제의 바탕은 현대적 초등교육”이라고 했다. 스웨덴에서는 아이들이 과제를 개인이 아닌 그룹으로 해결하며 서로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창조하고 해결책을 만들어가고 그 과정에서 창의인재가 양성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창조경제를 이끌어 갈 창의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나. 첫째, 학생들의 사고와 인식에서 패러다임의 혁명이 일어날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패러다임은 라틴어 ‘파라디그마’에서 유래한 단어로 어떤 한 시대 사람들의 견해나 사고를 지배하고 있는 이론적 틀이나 개념의 집합체를 의미한다.
이 용어를 처음 제시한 미국의 토마스 쿤(Thomas Khun)은 “하나의 패러다임이 영원히 지속될 수 없고, 항상 생성·발전·쇠퇴·대체되는 과정을 되풀이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상과학을 통해 일정한 성과가 누적되다 보면 기존의 패러다임은 차츰 부정되고, 한 시대를 지배하던 패러다임은 완전히 사라지고, 경쟁관계에 있던 패러다임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결국 ‘과학 혁명’이 일어난다는 뜻이다.
선생님이 학부모에게 멱살을 잡히고, 학교가 대학 진학만을 위한 학원으로 전락하고, 학교 폭력이 기승을 부리며, 편향된 교사들에 의해 비뚤어진 이념 교육이 버젓이 자행되는 교육 현장에서는 학생들의 창의성이 꽃을 피울 수 없다. 반대로 교권이 확립되고 학교 폭력과 주입식 교육이 사라지면서 공교육이 정상화되고, 창의교육이 대세를 이루는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가 있어야만 학생 누구나 상상의 날개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교육환경이 만들어 질 수 있다. 궁극적으로 창조성의 필수요소인 자기표현과 자기주도 학습 능력이 함양된다.
둘째,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는 불광불급(不狂不及)의 도전정신이 살아 숨 쉬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스티브 잡스는 2005년 스탠포드대 졸업식 연설문에서 “계속 갈망하라, 여전히 우직하게(stay hungry, stay foolish)”라는 유명한 말을 했다. 그는 “순전히 호기심과 직감만을 믿고 저지른 일들이 훗날 값진 도움이 될 수 있는 만큼 사랑하는 일에 전념하라”고 조언했다. 학생들이 실패를 두려워하면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지 않으면 ‘창조적 파괴’가 일어날 수 없다.
세 번의 실패를 극복할 시스템 구축
셋째, 정부는 세 번 실패하더라도 세 번 일어설 수 있는 구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사람은 초년기, 중년기, 장년기를 거치면서 누구나 실패를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재교육을 받을 수 있다면 결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야만 창의경제를 성공적으로 추진해 나갈 인재들이 창조적 상상력으로 무장하고 우후죽순 등장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