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울대가 고교 학력차를 인정하고 대학별 지필고사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이는 일선 고교의 내신성적 부풀리기와 쉬운 수능으로 변별력이 상실됐고 학력 저하도 심각하다는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서울대의 주장은 잘못된 것이다. 일선 고교의 성적 부풀리기는 언론이 다소 확대한 성격이 짙고, 본질적으로 학교보다는 내신 산출 방법 및 제도에 허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서울대는 고교간 학력차는 고교 등급제와 다른 것처럼 이야기했다. 하지만 서울대가 주장하는 고교 학력차는 누가 봐도 선배들의 입학성적에 따라 후배들의 입학이 좌우되는 연좌제 형식의 등급제와 다를 게 없다.
서울대는 고교 내신 성적을 불신할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 이도 이해할 수 없다. 서울대는 이미 지난 97학년도에 입학생들을 자체 분석한 결과, 내신성적이 수능성적보다 입학 후 학업성취도에 최고 3배까지 영향을 준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었다.
그리고 내신비율을 대폭 높이고 수능 성적 10% 내에 들어야만 합격이 가능한 학교장 추천입학기준도 대폭 완화하는 정책을 추진해왔다. 또 쉬운 수능으로 학력이 저하됐기 때문에 대학별 지필고사를 허용해야 한다고 했는데, 일관성이 없는 주장이다. 서울대는 최근 수능의 변별력이 상실되었다며 수능시험 결과를 당락의 결정 자료가 아니라 입학 자격 부여와 같이 최소한의 자료로 활용하고, 대신 심층 면접 등 다양한 전형 방법을 활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입시정책은 파행적인 중등 교육을 정상화시킬 것이라는 기대로 많은 대학들이 따르는 추세다. 그런데 또 다시 서울대가 검증되지 않은 입시 정책을 무차별하게 내놓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다. 우리 나라에서 서울대의 입시 정책이 차지하는 영향력은 매우 크다. 신중한 정책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