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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선행학습, 법으로 규제할 수 있을까?

선행학습을 금지하는 법안이 곧 국회에 제출될 전망이다. 한 대선후보도 공약으로 언급했다. 선행학습을 금지함으로써 사교육기관에서 관행처럼 실시됐던 선행학습의 뿌리를 뽑겠다는 취지다. 선행학습을 금지하게 되면 사교육기관으로 몰리는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감소해 학교 교육 정상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궁극적으로는 사교육비 감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본적인 취지에는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다.

선행학습 판단 기준도 불명확

현재 일선학교에서는 이미 선행학습을 금지하고 있다. 특히 선행학습의 주 대상이 되는 수학교과의 경우는 매 학기말 교육청에서 각급 학교의 출제문제를 제출받아 선행학습 요소가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특별한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방과후 교육도 학교 교육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취지에서 추진되는 만큼 이미 오래전부터 선행학습은 금지돼 있다. 다만 각 학교급에서 졸업이 예정된 학년 학생들에게 다음 학교급의 학습을 미리 시킬 수는 있다. 물론 어디까지나 정규교과 시간이 아닌 방과후 교육프로그램에서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학교내 선행학습은 불가능한 구조다. 학교 현장에서는 시간적인 문제와 학급 학생들 구성의 특성상 선행학습이 이뤄질 수 있는 여지조차 없다. 학교진도에 비해 1개월 이상의 학습을 선행학습으로 본다고 하는데 학교에서는 1개월 이상을 먼저 학습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매주 정해진 시수가 있어서 그럴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방과후 교육프로그램에서도 선행학습이 이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학생들이 방과후 프로그램에서 선행학습을 원할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학교의 진도에 맞는 심화 학습이나 반복 학습을 원할 뿐이다. 그러니 사교육기관과 달리 학교에서는 선행학습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문제는 사교육기관의 선행학습이다. 학원에서는 학생들의 성적향상이나 상급학교 진학과 관련한 선행학습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많아서 선행학습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모양이다. 따라서 선행학습을 금지하는 법을 만드는 것이 하나의 상징성을 가질 수는 있다고 본다.

그러나 문제는 선행학습의 한계가 불분명하다는 데 있다. 학교에서의 선행학습은 현재의 정규교과 수업 중 진도와 비교하면 그 여부를 판단할 수 있지만 사교육기관의 경우는 비교대상이 모호해져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 각 사교육기관마다 인근의 많은 학교를 대상으로 비교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2009개정교육과정에서는 매 학년마다 배워야 할 교과나 시간을 정하지 않고 있다. 다만 각 교과별로 3년간 이수해야 할 기준시간만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한 사교육기관에 A학교와 B학교 학생들이 다닐 경우, A학교에서 배우지 않은 교과 내용을 B학교 학생들이 배우고 있을 경우 선행학습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게 된다. 같은 사교육기관에 다니는 여러 학교 학생들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선행학습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다.

단속인력도 부족해 실효성 없어

기준이야 어떻든 간에 결국 선행학습금지법을 제정하게 된다면 결국 사교육기관에 단속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데 어떻게 이들을 단속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우리는 이미 ‘10시 이후 학원교습 금지’를 시행해도 시효를 거두지 못하는 모습을 봤다. 사교육기관의 수업시간조차도 단속하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학파라치라는 신종 직업이 등장했다. 거기에 앞으로 선행학습을 법으로 금지하면 이를 단속할 인력은 더욱더 부족하게 된다. 게다가 단속을 피해 공부방이 기승을 부리고, 학원 수요가 과외로 흘러버리면 단속을 한다고 해도 효과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한마디로 현실성이 전혀 없다는 이야기다.

선행학습을 법으로 금지하는 취지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공감한다. 오죽하면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생각까지 했겠는가. 그러나 법을 만들기 이전에 해결해야 될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 단속인원과 방법의 문제가 해결되고 선행학습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학교마다 다른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사교육기관에서도 얼마든지 발뺌이 가능할 것이다.

사전에 문제의 소지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 후 선행학습금지법을 제정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선 만들어 놓고 혼란을 겪는 것보다는 사전에 혼란의 소지를 제거하는 것이 더 현명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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