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08 (목)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현장칼럼> 사교육만 배불리는 기형적인 논술 개선해야

지난해 연세대 수시모집의 논술전형에 응시했던 제자가 있다. 평소 학교시험이나 수능 모의고사에서 우수한 성적을 냈던 학생이다. 그런데 두 시간 반 동안 진행된 수리논술 시험 네 문제 가운데 두 문제는 아예 손도 대지 못할 정도로 어려웠다고 한다. 나중에 전해들은 얘기지만 한 문제도 못 푼 학생도 부지기수였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이틀 뒤에 치러진 이화여대 논술시험에서는 외국 학자의 논문이 지문으로 나와 지문 해석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고교 교육과정 밖 출제 안 돼

올해 대입 수시모집 인원은 전체 모집정원의 64.4%인 24만여 명으로 정시모집 인원의 두 배에 이른다. 수시모집에서 논술전형을 치르는 대학은 지난해보다 소폭 감소한 30여개 대학이지만 선발 인원은 오히려 증가했다. 학생들이 선호하는 수도권의 소위 이름 있는 대학들은 대부분 수시모집에서 논술전형으로 많은 인원을 선발한다. 따라서 중상위권 학생들이 수시모집에 지원할 경우에는 내신이 월등하지 않으면 논술전형을 피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올 해 논술시험의 난이도를 가늠해볼 수 있는 주요 대학의 모의논술고사를 살펴보면 인문계는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가 담겨있는 지문은 물론이고 영어 제시문에 수리적 사고를 요하는 문제가, 자연계는 본고사 수준의 정답을 요구하는 수학·과학 문제가 출제됐다. 이러니 논술학원만 문전성시를 이루고 수험생은 대학 수준의 교재로 공부하며 학부모들은 고액 수강료에 등골이 휠 지경이다.

물론 대학의 입장에서는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해 논술의 난이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학생 선발권을 가진 대학이 전형방법이나 내용을 결정할 권한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고교 교육과정과 괴리된 방법으로 학생을 선발해 사교육 창궐의 빌미를 줘도 되는 것은 아니다.

이런 기형적인 논술고사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교과부와 주요 사립대들이 ‘대입논술-공교육 연계강화 방안’을 내놓았다. 핵심은 난이도를 낮추고 고교 교육과정에서 논술문제가 출제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대학별로 고교 교사를 자문위원으로 위촉해 출제 단계부터 제시문, 용어, 교육과정 연계, 난이도 등 의견을 적극 수렴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또 수험생과 학교가 논술시험 출제 경향을 사전에 파악해 대비할 있도록 채점 기준이나 답안을 공개하도록 유도하고 특히 수험생들이 어려워하는 수리논술의 경우, 관련 자료를 손쉽게 얻을 수 있도록 대교협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논술 개선 방안을 접하면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논술고사가 학교시험이나 수능처럼 반드시 정답이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다. 논술고사는 특정한 문제 상황에 대해 학교수업이나 독서 등 자기주도적 학습을 통해 쌓은 자신의 생각을 창의적으로 펼칠 수 있어야 한다. 정답이 있는 논술고사는 반드시 사교육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

정답·제시문 중심도 개선 필요

현재의 논술 문제를 보면 천편일률적으로 제시문을 읽고 논제에 맞춰 답을 쓰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논술 전문학원이 수능처럼 답을 찾는 강의가 가능한 것이다. 이럴 거라면 차라리 제시문 없이 논제만으로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서술할 수 있도록 출제 시스템의 변화를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사회적 소통 수단으로서 스마트폰의 역할을 논의하고 스마트폰 이후의 정보통신 기술변화에 대하여 논술하시오.’, ‘인문학의 위기가 국가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후, 인문학 발전의 바람직한 대안을 논술하시오.’ 등 수험생이 평소 학교수업과 독서 활동을 통하여 얼마나 창의적인 사고능력을 갖고 있는지 검증할 수 있는 문항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교협은 이 달에 대학의 논술출제위원과 대교협 논술 연구위원 간 논술관련 상호 이해도 제고를 위한 워크숍을 열어 논술 난이도에 대한 인식차를 좁히고 고교 교육과정 연계 방안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필자도 대교협 논술위원의 한 사람으로 이 모임이 무척 기다려진다. 대학은 수험생의 자질을 충분히 변별할 수 있고 고교에서는 굳이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얼마든지 논술지도가 가능한 방법을 찾는다면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까 생각한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