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 TV방송의 힐링(Healing) 프로그램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은 이유는 힐링, 즉 치유라는 말이 인간의 최대 관심사인 건강과 관련되기도 하고 또 자연과 함께하는 편안한 시간이라는 맥락에서 공감을 얻은 것이다. 시청자들이 공감하는 이유는 현대와 같이 각박한 삶에서 감당해야 하는 온갖 스트레스들이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피로로 누적돼 인간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그 수위가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교육환경이 변하면서 교원들이 겪는 육체적·정신적인 피로감도 날로 증가하고 있다.
과거 우리 교육 속에서는 맹자의 ‘군자삼락(君子三樂)’에서 그 예를 볼 수 있는 것처럼 가르치는 자체가 즐거움이요 보람된 일이어서 교직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과 부러움을 받아온 직업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스승의 그림자를 밟지 않는다’는 차치하고, 교사가 학생으로부터 온갖 모욕을 받고 심지어는 구타까지 당하면서도 스승이라는 신분 때문에 심적 고통만 더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학부모로부터 받는 직·간접의 항의나 민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이다. 이 역시 교원들이 겪는 또 하나의 심각한 스트레스다. 그럼에도 교사이기 때문에 자기감정을 함부로 드러낼 수 없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젠 교직이 성직이 아니라 그야말로 감정노동직이 돼버렸다. 교육수요자로부터 받는 갖가지 스트레스에 대해 자기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표출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마음속으로 달래고 억제해야 한다. 교사는 속과 달리 겉으로는 항상 웃어야 하는 이중적인 감정 고통을 누구에게도 토로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이 지속돼 교사의 마음이 건강하지 못한 상태가 되면 행복한 학교, 행복한 교육은 이뤄질 수 없다. 교원의 스트레스나 피로는 교육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저해한다. 그러므로 보다 질 높은 교육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교원들의 심신에 쌓인 피로에 대한 건강한 치유가 절실하다.
그런 면에서 방학은 교원들의 지친 심신을 치유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다. 물론 교원들에게는 방학이 단지 쉬는 시간은 아니다. 전문적인 지식을 위한 자율연수는 물론 그간 쌓였던 새로운 교육과제 해결을 위한 집중과 몰입의 시간을 가질 필요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자신만이 여유를 갖고 생각하고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 방학이다. 그동안 받았던 말 못할 정신적 스트레스로 상한 마음을 치유할 기회도 사실 방학이 아니면 없다. 이런 기회에 일상을 벗어난 환경에서 며칠 동안만이라도 그간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깨끗이 해독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다시금 힘을 내고 높은 교육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방학에는 나만의 특색 있는 힐링의 시간을 한 번 보내도록 하자. 너무 거창한 계획보다는 자투리 시간을 만들어 내 주변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주말을 이용해 가까운 산행을 하거나 숲길을 걷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제주의 올레길이나 지리산 둘레길도 좋다. 아니면 동네를 한 바퀴 돌아도 된다. 빨리 걷는 것도 좋지만 느림의 철학으로 천천히도 걷는 것도 새로운 즐거움이다. 혼자 걸으면 더 많은 생각을 해서 의미 있는 일이고, 배우자나 좋은 말벗이 있으면 마음까지 쉼을 얻어서 더더욱 좋다. 자연속의 고요함이나 숲속의 새소리,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나 자신을 돌아보고, 편안함을 느끼면 된다. 그것이 바로 나만의 힐링이다.
혼자 하기 힘들다면 요즘 유행하는 현대인을 위한 심신수련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도 있다. 이런 프로그램들의 핵심은 대개 몸과 마음을 달래고 활기차게 하여 긍정적인 마음을 만든다는 것이다. 책이나 음악 등으로 심신을 달래고 상처받은 마음을 보듬어 주는 방법도 있다. 이도저도 힘들다면 그냥 혼자 훌훌 털고 떠나거나 가족이나 반려동물, 친구, 연인과 편안한 시간을 보내더라도 마음을 쉬게 해 줄 필요가 있다.
그 내용이 편안하고 행복한 쉼이 됐든, 치열한 자기연찬이 됐든, 교직에 대한 만족감을 회복하고 자기성장의 에너지를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 방학이다. 심신의 자연 치유력을 극대화시켜주고 마음의 상태를 정화시키는 시간은 행복한 마음으로 사랑 가득한 교육열정을 재충전하기 위해 꼭 필요한 시간이다. 이번 방학에는 모든 교원들의 몸과 마음이 재충전돼 새 학기엔 사랑 가득 품고 행복하게 아이들을 맞이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