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적개발지원(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줄여서 ODA라는 용어를 언론매체에서 종종 만난다. 다름 아니라 해외원조를 뜻한다. OECD, UN 등 국제기구에서 사용하는 개발도상국 원조에 대한 공식적 표현이다. 다른 나라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쪽의 “불편한” 마음을 헤아린 것이다.
우리 국민 모두가 알다시피 우리나라도 한때 불편한 마음으로 해외로부터 원조를 받았었다. 그러나 2010년 우리나라는 원조 받는 수원국에서 원조를 주는 공여국으로 전환했음을 국제적으로 공인받았다. OECD 회원국 중 원조공여국으로만 구성된 개발협력위원회(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 DAC)의 회원국이 됐기 때문이다.
내 코가 석자? 교육계 무관심
DAC회원국이 되면서 우리 정부도 본격적으로 ODA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가장 대표적인 정책은 원조를 받아 경제·사회적 발전을 이루고 이제 세계 10위권 규모의 경제를 가진 국가가 된 경험을 아직도 온 나라가 총체적 빈곤의 나락에서 방황하는 전 세계 개도국들에게 전수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지식공유사업(Knowledge Sharing Program, KSP)이다. 우리의 성공과 실패, 그리고 그 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을 개도국들과 공유하겠다는 것이다.
개도국들은 대환영이다. 이들 나라의 정치가, 고위공무원들은 한 때 자신들과 비슷한 처지였던 한국이 도대체 어떻게 해서 저토록 놀랍게 발전했는지 몹시 알고 싶어 한다. 한국의 발전상 때문에 국민들에게 아직도 자신들이 빈곤과 저발전에 머물러있는 이유나 핑계를 댈 수 없게 된 것이다. 한국에 무슨 비결이 있는지, 단지 국운이 좋았는지, 혹은 지도자를 잘 만났는지 궁금한 것이 한둘이 아니다. 그런데 여기에 우리 정부, 개도국, 유네스코, OECD, 세계은행 등 개발협력 관련 주체들이 의견 일치를 이루는 대목이 하나 있다. 바로 경제·사회적 발전을 위한 교육의 중요성과 역할이다.
그런데 정작 우리 교육계는 개도국과의 개발협력에 큰 관심이 없는 듯하다. 국내 교육문제들이 심각하고 산적돼 있어서 내 코가 석자인 상황 때문이기도 하겠고, 워낙 우리 교육에 대한 비판과 불만들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터라 설마 우리 교육을 국외로 들고 나갈 수 있으리라 상상도 하지 못해서일 수도 있다.
여하튼 우리 교육계가 머뭇거리는 동안 경제전문가들이 한국교육에 대한 개도국과의 개발협력 논의를 주도하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이들도 교육전문가의 참여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교육관련 행·재정 제도까지는 어떻든 이해하고 다룰 수 있지만 교실에서 교사와 학생 간에 일어나는 공식· 비공식 학습 과정의 모든 일들, 인간의 마음이 결국 더 중요함을 알기 때문이다.
해외진출 제도적 기반 필요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것처럼 우리나라 교육과 우리 교사들은 국가와 사회 발전을 위해서 사실상 대단한 일을 해냈다. 이제 대한민국을 위해서 한 일을 나라 밖 저 먼 곳의 가난한 개도국들을 위해서도 해야 할 때가 됐다.
비단 경제만이 아니다. 인간의 권리로써의 교육, 인간의 존엄과 인간성을 위한 교육은 한 나라, 한 국민만의 것이 아니다. 교육의 합당한 기회를 갖지 못하는 나라가 지구상에 있다면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한국 교육발전의 현장에서 온갖 전문성을 쌓으며 성장한 우리 교사들이 눈을 나라 밖으로 돌려 국제개발협력의 장으로 진출해오기를 국제사회는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우리 교사들이 관심을 가질 때 공무원 신분 때문에 참여하기 어려운 일이 없도록 우리 정부도 교사들에게 개도국 교육개발협력지원, 이른바 교육ODA 활동 참여를 고용휴직 등의 형태로 지원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이미 양성과정의 젊은 예비교사들 사이에서는 해외 봉사 참여 열기가 뜨겁다. 현직 교원들에게도 지구촌 어려운 나라들의 교육을 위해 전문적 열정을 분출할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