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학교에 교무행정사 등의 행정보조원이 확대배치됐다. 본교에서도 교무보조로 일하던 요원이 행정보조로 자리바꿈을 하고, 교육청에 방과후학교 보조를 신청해 배정받았다. 이로 인해 교사들의 업무가 경감되는경우도 있지만 제도적 보완 없이 증원한 보조원의 업무처리를 몇몇 문제점이 대두되고 있다.
일선 학교에서는 행정보조가 담당하는 업무가 다양하고 과중하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은 워드작업, 에듀파인 관리, 저소득층지원업무, 전출입 학적관리, 학교 홍보 및 학생모집, 시간표 편성, 만족도 조사, 청소, 잡무 등 다양한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이 현실을 토대로 현 행정보조제도에 대해 살펴보겠다.
학교 행정보조의 자격요건을 보면 ‘엑셀 및 한글 활용 가능한 자(자격증 소지자 우대)’라고 돼있다. 이렇듯 엑셀과 한글을 잘 다루면 행정보조로 쉽게 취직할 수 있다.
그런데 학교 업무에 대한 연수를 받아본 적이 없는 이들은 주로 교사들이 회피하는 일을 다반사로 떠맡게 된다. 예를 들어 저소득층지원 업무나 방과후학교 보조업무 등은 노하우가 필요한 업무임에도 행정보조에게 떠넘겨지고 있다. 사실 숙련가도 쉽지 않은 업무를 초보자에게 넘기기 때문에 행정보조는 업무과중으로 힘들어한다.
또 업무 처리 시 교사마다 업무를 지시하는 방식이 다른 데서 오는 고충도 있다. 특히 공문서를 작성할 때 서로 다른 형식을 요구하면 누구의 지시를 따를지 난감할 때가 있다. 이와 같이 보조요원이 행정실과 교무실 업무를 같이 하면서 소속감이 불명확해 업무가 중복되거나 과중되는 경향이 많다. 이 와중에서 업무에 대한 결정권이 없어서 갈팡질팡하기도 한다.
아울러 행정보조가 처리하는 업무에 비해 대우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청소, 워드작업, 잡무, 학적계, 저소득층지원 업무 등을 도맡아 하고 있는 교무보조의 경우 연봉이 1500만원에 불과하다. 이는 수당 등 상여금이 포함된 세금 징수 전 금액이어서 실질적인 봉급은 훨씬 적다.
아울러 보조요원은 매년 월급이 인상되는 호봉제가 아니라 연봉제다. 이들의 봉급에 대한 인상분은 3년 동안 동결돼 있었고, 작년부터 명절휴가비로 10만원을 인상해준 것이 전부다. 대우가 부족한 만큼 업무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낮은 편이다.
게다가 행정보조는 처우만 안 좋은 것이 아니라 신분에 대한 보장도 약하다. 불안정한 신분은 업무에 대한 연속성을 보장하기 힘들게 한다. 신분의 불안을 느끼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업무 경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데 있다.
행정실 직원은 짧은 기간이라도 맡은 바 업무에 대한 경력을 인정받는다. 그러나 행정보조들은 오랫동안 교무보조로 일을 해도 다른 학교 등에서 자신의 경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로 인해 업무에 대해 상실감과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
연봉제를 호봉제나 계약직근로자로 전환하는 개선책이 절실하다. 최고호봉제를 가미한 계약직근로자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는 보조요원의 업무의 연속성과 신속한 업무 적응을 보장하는 길이기도 한다.
이런 현실에 처해 있는 행정보조 제도에 대한 해결책은 첫째, 행정보조에 대한 사전연수를 강화하는 것이다. 학교 업무에 대한 연수가 선행될 때 행정보조가 학교업무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 둘째, 행정보조가 다루는 업무를 명확하게 분장하고 업무에 대한 결정권도 부여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소속감을 더 갖게 될 것이다. 셋째, 행정보조의 신분을 안정화시켜야 한다. 즉 이들이 하는 업무를 경력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의 신분을 학교 구성원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포용력이 필요한 때다.
위와 같은 문제점과 개선책을 잘 보완해 교사에게는 수업연구에 집중할 수 있고, 보조요원에게는 즐거운 마음으로 일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해 줘야 한다. 그리고 이미 배치가 돼 활용되고 있는 사립초등학교의 장단점을 잘 파악해 학교의 실정에 맞는 운영의 묘를 잘 살려, 함께 가는 교육의 장이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