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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매체의 변화, 소통의 변화, 교육의 변화

2만년 전 한 주거지의 저녁 즈음을 상상해 본다. 제법 사내 티가 나기 시작하는 소년들이 모닥불 주위에 둘러 앉아 촌로가 겪어온 삶의 지혜를 듣고 있다. 사냥할 때 바람을 등지면 안된다는 등 예전부터 전해져온 이야기에 자신의 경험을 덧붙여 촌로는 소년들을 교육하고 있는 것이다. 소년들이 자라 다시 후손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더해 내용을 더 풍부하게 하고, 이윽고 이야기를 동굴벽에 그리고 문자를 새겨 더 먼 후대에게 알려줬을 것이다.

대를 이어 전승돼 오던 지식이 일반에게 확산된 계기는 서책의 대량 인쇄를 가능케한 금속활자 발명과 산업혁명으로 시작된 대중교육의 확산이었다. 기술혁신을 통해 대중은 지식을 습득해 스스로를 자각하게 된 것이다.

개인이 지식을 생산·유통하는 사회

20세기까지 대중이 생산된 지식에 접근하는 기회는 계속 확대됐지만, 개인이 지식을 생산해 대중에게 전할 수 있는 기회는 한계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21세기에는 정보통신기술로 개인이 지식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일이 손쉬워져 UCC나 SNS를 통해 오히려 기존의 대중매체보다 개인이 생산한 정보가 더 빠르게 유통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작년 한해 전세계적으로 생산된 콘텐츠의 양이 4엑사바이트에 이른다고 한다. 이는 인류가 지난 오천년간 생산해온 콘텐츠의 양과 맞먹는 용량이라고 한다. 스마트폰 등의 확산으로 거의 실시간으로 정보가 전파되고 있으며, 그 범위도 지역, 국가의 경계를 넘어 이뤄지고 있다. 지구 저편에서 일어난 경제 위기가 다음 날 보금자리를 찾고자 하는 신혼부부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 우리 학생들이 행복한 삶을 이루기 위해서는 홍수처럼 넘쳐나는 정보를 판단하고, 우리 지역과 국가를 넘어 전 세계를 고려하는 능력을 갖춰야 할 것이다.

“21세기 역량 평가와 교육(ATC21S)” 프로젝트에서는 다음 네 가지를 21세기에 필요한 역량으로 제시하고 있다.

우선 다른 사람과 개방적으로 상호작용하면서 창조적이고 혁신적으로 생각하는 역량을 꼽고 있다. 이제는 주어진 지식을 습득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 이성적이고 체계적인 사고를 통해 정보를 해석해 문제를 해결하고 의사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업무에서는 소통과 협력이 더욱 요구될 것이다. 우리말 뿐만 아니라 외국어의 정확한 구사를 토대로 국내를 포함한 전세계의 사람들과 대화, 토의, 협상 그리고 협력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정보통신기술과 도구를 목적에 맞게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요구된다. 필요한 정보에 효율적, 효과적으로 접근해 판단하고 가공하는 능력은 미래사회에서 필수적으로 지녀야 할 능력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계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소양을 제시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했듯 현대 사회에는 이전에 비해 개인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개인이 커지는 영향력에 비례해 세계사회의 일원으로서 시민의식을 갖고 있어야 하며, 개인과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 삶과 직업 사이에 균형감을 갖도록 해 개인의 인생을 윤택하게 이끌 수도 있어야 한다.

근대사회에서 읽기, 쓰기 능력이 핵심 역량이 됐듯이 21세기 사회에서는 정보통신기술과 도구를 활용하는 능력이 핵심역량이 될 것이다. 과거에는 신체, 말, 글씨, 판단력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았다면, 이제는 정보통신기술 활용능력까지 넣어야 할 것이다.

맹목적인 도구 적용을 넘어

기술의 변화에 따른 소통 양식의 변화는 교육의 변화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변화가 맹목적인 도구의 적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지난 십수년간 많은 기술이 교육현장에 접목되고 시용돼 왔지만 교실에 정착돼 일상 학습에 기여하는 기술은 찾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기술이나 도구를 중심에 두고 교수학습을 끼워 맞추거나, 학습공간 내 소통에 대한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고려 없이 경제적 여건 내에서 화려한 구색을 맞추느라 빚어진 결과일 것이다. 정보통신기술이 기여를 할 수 있는 과정이 있을 것이고, 서책이 필요한 과정이 있을 것이다. 교사의 강의가 더욱 효과를 발휘하는 과정이 있을 것이다. 문자가 발명됐다고 해서 대화가 없어지지 않았듯이, 정보통신기술을 수용한다고 해서 옆에 앉은 사람과 카카오톡으로 대화할 수는 없는 것이다. 피리는 입으로 불어서 익혀야 하지, 스마트폰 앱으로 연습할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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