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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자신감은 실패에서 시작된다

현재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바쁘게 살고 있다. 국민생활시간조사 연구 결과에 따르면 15세 전후 청소년의 수면시간이 40대 성인 남성의 수면시간보다 짧은 국가는 우리나라 뿐이다. 이렇게 바쁘게 보내는 시간이 청소년기의 경험을 풍성하게 만들어준다면 더욱 바랄 나위가 없겠으나, 현실은 이런 기대와는 다른 것으로 보인다.

청소년들은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필요한 필수적인 경험들을 고르게 섭취하지 못하고 있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나 국제청소년시민역량조사(ICCS) 등의 조사결과들은 우리나라 청소년이 지적인 면에서는 매우 우수하지만 정서적인 면에서는 상당히 취약하다는 사실을 일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자신과 세상에 대한 신뢰, 자기 성취에 대한 만족도, 그리고 자기가 배우는 것에 대한 흥미나 관심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최근 능력과 역량의 차이에 주목하는 교육학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능력(ability)은 말 그대로 우리 몸과 마음이 기능하는 수준을 말한다. 예를 들어, 하버드대학교의 하워드 가드너 교수는 이런 능력을 7가지의 지능으로 설명한다. 음악지능, 논리·수학적 지능, 신체·운동지능, 언어지능, 공간지능, 대인지능, 내성지능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런 개개의 능력이 아무리 훌륭하다 하더라도 그 능력을 자신과 주변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적절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좀 더 포괄적인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그것을 역량(competencies)이라고 부른다.

지능은 그다지 높은 것 같지 않은데 주어진 일을 잘 하고 동료와 잘 지내며 결과적으로 높은 인정을 받고 승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분명히 지능은 높은데 그걸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서 능력만큼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의 차이는 능력이 아니라 역량의 차이이다.

이 역량의 핵심은 경험을 통해 축적된 ‘자신감’이다.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한 확고한 신념, 노력하면 해낼 수 있다는 믿음, 자기가 뭘 좋아하고 뭘 잘하며 그런 능력을 극대화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지에 대한 올바른 인식, 그리고 남들과 잘 지내고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필요한 당당하고 개방적인 태도 같은 것들은 모두 이 자신감으로부터 시작된다.

중요한 것은 이런 역량은 스스로 도전하고 실패하고 노력하며 성취하는 경험을 통해서만 축적된다는 점이다. 아무리 책에서 ‘넌 할 수 있다’고 알려주고, 주변의 어른들이 용기를 북돋워주더라도 그것은 진정한 자신감이 되지 못한다.

역설적이게도 자신감은 실패에서 시작한다. 먼저 실패와 좌절을 겪고, 그 실패를 자신만의 노력을 통해서 극복해 냈을 때 ‘나는 노력하면 할 수 있다’ 라는 믿음이 쌓이는 것이다.

덧붙여 이 경험이 진정한 자기 것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이 무엇에 도전할지, 그래서 어디서 실패할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런 경험을 쌓아가다 보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는지를 깨닫게 된다. 청소년기에 자기가 좋아하고 잘 하는 일을 발견하는 것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 우리가 아는 성공한 사람들은 거의 모두가 자기가 좋아하고 잘 하는 일을 찾아서 누구보다 열심히 확신을 가지고 해낸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소년들을 둘러싼 환경은 청소년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실패할 여유를 허용하지 않는다. 그런 시행착오를 겪으며 한발 한발 나가다가는 경쟁에서 뒤처지기 때문이다. 그 결과 우리 청소년들은 예전에 비해서 보고 들은 것은 더 많고 지적인 능력도 뛰어나지만, 역량의 근원인 자신감을 제대로 키우고 있는지는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정보통신기술은 우리 청소년들에게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능력을 부여했다. 인터넷과 함께, 전지구적으로 정보를 검색하고, 자기가 만든 정보를 유통시킬 수 있는 능력이 모든 청소년들에게 주어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강화된 능력에 걸맞는 역량을 키워주지 않는다면, 당연히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 할 수밖에 없다. 인터넷 중독이나 신상털기, 온갖 사이버 폭력은 모두 능력만을 주고 그것을 다룰 역량을 키워주지 않은 결과인 셈이다.

따라서 이제 우리 어른들은 청소년들의 능력에 어울리는 역량을 키우는 교육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청소년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체험할 수 있는 활동의 기회를 늘려주는 것이 그 시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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