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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기고> 배타성 극복 위해 '주민' 개념 도입을

다문화 교육 선진화 방안 ①

1980년대 후반 이후 인종·민족·문화적 배경이 다양한 외국인들이 증가하면서 이들의 한국사회에서의 적응과 통합이 중요한 정책과제로 부상했다. 아직 외국인 주민은 전체인구의 2.3%에 불과하고 정주외국인은 그보다 훨씬 낮은 비율이기 때문에 한국사회를 다문화사회라고 부르는 것은 시기상조이지만 앞으로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복수의 문화집단들 간의 공존을 통해 사회통합을 이루고자 하는 이념과 정책으로서 다문화주의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무늬만의 다문화주의’라고 비판받는 다문화정책이 진정한 다문화 공존의 가치를 실현하는 수단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국민의식의 변화와 정부의 적극적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노력들이 필요하다.

첫째, 최소한의 요건으로 법과 제도를 개선해 다문화적 소수집단들에 대한 차별과 배제를 철폐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자기개발의 동등한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한국은 아직 보편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지 못하고 있다. 많은 다문화국가들에서 성별, 인종, 국적, 문화 등의 차이로 개인을 부당하게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다문화주의를 실천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장치이다. 따라서 정부는 가능한 빨리 차별금지기본범을 제정해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보호를 위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교육과 취업 기회 제공 필요

둘째, 단순히 차별을 금지하는 소극적 인권보호에서 나아가 소수집단의 문화권과 사회권을 보장하는 적극적 인권보호로 진전해야 한다. 다문화가족이나 북한이탈주민과 같은 소수자집단들이 언어·문화장벽, 인적자본·사회문화자본의 부족, 사회적 차별 등으로 교육과 취업기회에서 낙오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들에게 대안학교와 사회적 기업을 통해 초기 기회를 제공해 정규 학교와 노동시장으로 진입할 수 있는 디딤돌을 놓을 필요가 있다.

셋째, 법적으로 불법체류자이지만 실제로 한국사회의 구성원이고 지역사회의 생활인인 미등록 외국인 문제에 대한 현실적 해결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우리나라 국민이 아니고, 동포가 아니고, 합법 신분이 아니라는 이유로 인권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교육과 의료와 같은 기본적 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미등록 외국인을 점진적이고 선별적인 과정을 거쳐서 합법의 테두리로 포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다.

넷째, 다문화교육을 이주민뿐 아니라 내국인에게도 확장해 다문화적 가치관과 생활양식을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다문화교육의 목표는 단지 다문화적 지식과 가치관을 습득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권, 민주주의, 사회정의, 평등, 환경 등과 같은 보편적 가치관을 형성하고 실천하도록 하는 것이 돼야 한다. 이를 통해 한국사회가 성숙한 민주사회가 되고 한국인이 민주시민과 세계시민으로 도약하는 계기를 삼아야 한다.

공존의 새로운 논리 모색해야

끝으로, 다문화적 사회환경에서 다수·주류집단과 소수·비주류집단 간의 사회연대와 공존의 새로운 논리를 개발해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인은 조선족 동포에게는 동포의 논리, 결혼이주여성과 국제결혼가족 자녀에게는 국민의 논리, 이주노동자에게는 인권의 논리 등 각 소수자집단에 대한 상이한 논리로 대응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했다. 이런 집단 특수적인 논리는 일관성이 없고 차별적이어서 다문화사회의 다양한 구성원들이 공존하는 원리로는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사회의 실질적인 구성원들을 포용할 수 있는 보다 보편적(universal)이고 포괄적인(inclusive) 사회연대와 통합의 원리를 모색할 필요가 크다.

과거 인종적, 문화적 동질성이 강했던 시기에 ‘민족’은 국난 극복의 원동력이 됐지만 이제 영토, 종족, 문화, 국적 간의 불일치와 균열이 일어난 상황에서는 그 효용성이 떨어졌다. ‘국민’은 ‘민족’보다는 포괄적이지만 화교처럼 귀화하지 않은 외국인을 포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제는 민족과 국민 개념이 갖는 경직성과 배타성을 극복하는 방안으로 지역사회의 ‘주민’ 또는 ‘생활인’의 개념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런 개념 하에서 비국민인 외국인과 이주민은 법적 신분과 상관없이 해당 지역사회에서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실체로 인정받고 상응하는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

또한 주민 신분은 한국 정부가 국가경쟁력강화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해외 기업과 자본, 그리고 우수 인력을 유치하는데 적합한 지위이며 성원권이다. 외국인이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않고도 차별 없이 동등하게 대우받고, 안전하며, 자유롭게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민족이나 국민이 아닌 주민의 신분으로 인정받고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주민은 다문화사회에 적합한 보다 포괄적이고 보편적인 성원권이며, 한국이 선진사회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에 따라 교육, 문화, 법, 제도 등 사회 전반을 재설계(redesign)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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