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총 대학교수회(회장 이창준)가 공식 발족했다. 지난달 28일 연수회를 곁들여 출범한 대학교수회 창립으로 교총은 명실 공히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모든 교원단체를 ‘실질적으로’ 총괄하게 됐다. 대한민국 교육 공동체를 대표하는 완전한 의미의 구심체가 된 것이다. 만시지탄이 있지만 다행스런 일이다. 특히 고등교육법상의 두 주체인 전문대학과 일반대학으로 관심 영역을 확대했다는 점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간 교총 운영은 회원의 다수를 차지하는 초중등 교원에 비중을 많이 뒀다. 대학을 외면한 것은 아니나 소홀히 취급해 온 게 사실이다. 대학교수회 회원 수가 전체 회원에 비해 소수인 사실이 이를 대변한다. 이 부분은 대학교수회 창립 이후 가장 큰 현안 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대학교수회 발족의 제일의(第一義)는 누가 뭐래도 우리 대학이 구조조정으로 집약되는 위기를 이겨내고 상생공존의 틀을 마련하는 것과 더불어 교육 선진국 수준에 맞먹는 경쟁력을 갖추는 데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행태의 부작용으로부터 대학교원의 교권을 수호하는 일도 발족 취지라 할 수 있다.
두루 알다시피 대학교수회는 한국교총 안양옥 회장의 대학교육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바탕으로 배태됐다. 여기에는 규제 일변도의 고등교육정책으로는 세계 수준의 대학으로 환골탈태할 수 없다는 확고한 신념이 깔려 있다. 안 회장은 네거티브적 대학 구조조정 저지, 고등교육 재정교부금법 제정을 통한 OECD 수준의 고등교육 재원 확보 노력, 대학의 성과와 책무를 고려한 다양한 재정지원방식 유도 등을 두드러지게 강조하고 있다. 초대회장으로 선출된 이창준 회장 역시 교수의 권익 회복에 무게중심을 둘 것이라고 취임사에서 밝혔다.
구조조정 국면에서 대학교원의 고용안정성 확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사안이다. 대학 경영진이 임의의 잣대로 파행적인 인사를 하거나 급여나 성과급을 부당하게 책정한 사례는 부지기수다. 그런데 대다수의 경우 문제가 불거져 뉴스의 초점이 되었을 때 비로소 조정국면에 들어가는 게 현실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 원칙과 기준을 마련하고 평가 등의 지표를 재조정한다면 개선책이 마련돼 편법 운영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특히 정보공시제, 자체평가, 기관평가인증으로 이어지는 ‘3대 평가 장치’를 선용한다면 학사운영의 선순환을 도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대학이 차별적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대학 자체의 개별적 특성화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부 당국의 관리운영에서도 선진국에 맞는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를 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즉 교육선진국에 진입한 현 단계에 상응하는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정책과 제도가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여러 측면에서 재조정 노력도 필요하다. ‘교수-학습’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수요자에게만 초점이 맞춰진 지표상의 허점도 면밀히 분석해 보완할 필요가 있다. 과연 3백50개에 이르는 모든 대학에 일률적으로 신입생입학률, 재학생충원율, 교육비환원율, 학생장학금지급률, 졸업생취업률, 전임교원확보율, 산학수익률 등의 지표를 적용해 부실대학과 퇴출대학을 가르고, 한편으로 정부재정지원금을 바로미터(barometer)로 활용한다면 대학 특성화라는 보편적 가치를 구현할 수 있겠는가. 기초교과, 인문과학, 예체능교육, 교양교육이 포함되지 않은 전인교육이 가능하단 말인가. 취업률 지표는 또 어떤가. 세계적인 작가, 피아니스트, 만화가, 게임 프로그래머, 1인 창업자, 농업후계자는 건강보험 데이터베이스에 등재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취업이 아니란 말인가.
대학교수회의 발족이 시의적절한 이유는 이런 현안들 때문이다. 대학교수회 발족으로 이 현안들이 공식적으로 수면 위로 부상해 난상토론의 생산적인 장으로 이어지고 있어 정책 입안과 결정, 정착에 대한 낙관적인 기대가 생긴다. 그리고 그 기대에 대한 결과는 전적으로 교수 구성원의 참여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