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문제를 학교와 교사의 잘못으로만 몰고 가는 것은 대다수 교육자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학교폭력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은 9일 학교폭력 문제를 방관한 혐의로 일선 교사들이 수사를 받고 있는 것과 관련, 서울지방경찰청과 경찰청을 항의 방문한 자리에서 “정부의 학교폭력 대책이 시작도 되기 전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벌어졌다”며 “경찰 지휘부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 회장은 서울지방경찰청 최현락 수사부장 등과의 면담에 앞서 기자들에게 “학교폭력 해결의 주체가 될 교원들과 협력적 관계를 모색해야 할 책임이 경찰에 있다”며 “학부모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다고 해서 교사가 모든 책임의 주체가 돼 경찰 수사를 받는 것은 앞으로 학교폭력을 근절하는 데 도움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경찰 관계자들과 면담에서도 안 회장은 “교사 입건 이후 교총에는 일선 교원의 항의전화가 빗발친다. 교원의 사기가 저하되면 (학교폭력근절 종합) 대책의 실효성이 없을 것이다. 대책 발표 이전의 사안에 대해 (학부모의 고소만으로) 다 수사하면 앞으로 누가 담임을 맡고, 해결에 열의를 보이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선생님을 입건하는 것에 고심이 많았으나 학교폭력을 교사가 ‘방관’했다는 학부모의 고소에 조사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이었다”며 “신중한 수사를 통해 교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경찰청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안 회장은 “대통령께서도 진정성을 갖고 학교폭력 해결에 나서고 있는데, 경찰은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며 “경찰이 교육계와 협력적 관계의 모델을 만들어 이 문제 해결에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이날 교총과 경찰청은 파트너십 강화를 위해 교총회장-경찰청장의 회동을 추진키로 했다. 또 경찰청은 유사 사건 처리과정에서 법적절차 준수와 교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청장명의의 지침을 일선 경찰에 시달해 달라는 교총의 요구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으며, 교총은 학교폭력 해결을 위한 경찰과 교육 유관단체와의 협력기구 구성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 양천경찰서와 강서경찰서는 최근 학교폭력 피해학생의 부모가 담임교사에 대해 직무유기 혐의로 진정서를 제출한 사건과 관련, 양천경찰서는 담임교사를 불구속 입건했으며 강서경찰서는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의 수사가 알려진 8일 교총은 서울교총과의 공동성명을 통해 “사실관계가 파악되기 전에 학교와 교사의 잘못으로 몰고 가는 것은 교육자의 사기저하로 이어진다”며 “학교폭력은 학교 내에서 1차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논평했다. 같은 날 이재완 서울교총 수석부회장 등 항의단은 관할 경찰서를 방문, “철저한 진상조사에 따른 공권력의 신중한 접근”을 요청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