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교육과학기술부 주관 '글로벌 교육 경쟁력 제고를 위한 수학·과학 우수교사 해외진출 지원 사업' 프로그램(영국 및 캐나다) 대상자로 선발되어 6개월간 캐나다 온타리오 주 요크교육청 소속 3개 중·고등학교에서 연구·교육활동을 수행하고 돌아왔다. 본 프로그램의 목적이 외국현지에서 근무할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을 갖춘 한국교사를 양성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기존의 해외 연수 프로그램과 달리 현지에 도착한지 며칠 지나지 않아 일선 학교에 배정을 받아 방문교사(visiting teacher)자격으로 캐나다에서의 교사생활을 시작했다.
6개월간 3개 학교(리치먼드 그린, 리치먼드 힐, 뮬락 하이스쿨)를 옮겨 다니면서 과학교과 뿐 아니라 수학, 특수교육, 드라마, 음악, 지리, 가정, 기술, 체육, 상담 등 다양한 교과의 교육활동을 경험할 수 있었다. 특히 캐나다 학교생활에의 빠른 적응과 다양한 교과의 캐나다 선생님들과의 관계 발전을 위해서 스태프룸(교사휴게실)에 찾아가서 함께 점심식사도 하기도하고 클럽활동(축구) 지도를 자원했으며 음악캠프에서는 과학 체험코너를 운영하기도 했다.
처음 몇 주 동안은 과학·수학교과 중심으로 수업을 참관했으며 3주정도 지난 후 교과와 학습단원을 선택해 계획을 세워 수업을 수행해 볼 수 있었다. 영어 원어민 학생들 앞에서 수업을 진행하는 만큼 부담이 많았지만 캐나다 선생님과 함께 학습계획을 검토하고 학습지도안(Lesson plan)을 작성해서 12학년(고3) 물리교과 중 '인공위성의 운동과 만유인력' 에 관해 첫 수업을 진행했다. 때때로 한국에서 미리 준비해서 가져간 과학교구들과 소품들을 캐나다 학생들에게 소개하면서 수업도입이나 데모실험에 적극 활용했다.
캐나다 교육의 특징은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교육환경과 학생 중심의 교육과정 운영이라고 할 수 있다. 캐나다 교사들은 수업준비 및 교수-학습, 평가활동에 전념할 수 있어 학생들의 학업성취정도를 모니터링하고 평가해 개별 학생들에게 자세한 피드백을 주는 일에 집중하고 있었다. 또한 학생들의 학교생활문제, 진로지도, 교육과정 상담과 같은 사안에 대해서는 별도의 카운슬러 및 가이던스 교사들이 역할을 전담하고 있기 때문에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바람직한 교육활동이 가능했다.
캐나다에서는 주 교육과정의 기준 안에서 교사가 얼마든지 창의적이고 다양한 교수-학습 자료를 개발해 적용할 수 있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참여도를 높이고 단원의 학습 개념을 순차적·체계적으로 발전시켜나가도록 교수-학습 구성과 전개를 매우 절차(sequence)적으로 완성도가 높게 준비하는 경향이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시도하고 있지만 많은 학급당 학생 수와 교무업무 부담으로 실질적인 효과가 미미한 교과교실제를 캐나다에서는 오래전부터 모든 교과에서 운영하고 있었다. 학급 교실의 크기도 1.5배로 크고 학생 수도 20명 안팎이이어서 모둠별 수업진행이 가능했다. 무엇보다도 기본 필수교과(영어, 수학, 과학) 외의 대부분 교과를 학생들이 선택해 수강할 수 있기 때문에 같은 관심과 흥미를 가진 학생들을 분반해 가르치는 것이 가능했다.
교육과정은 우리나라의 대학입시위주의 교육과정운영과 달리 지역교육청뿐 아니라 일선 학교마다 다양하면서도 특색 있게 운영되고 있었다. 학교에 따라 학생들의 진로와 관심, 학업능력에 맞추어 간호, 가정가사, 드라마, 기계설계 및 공작, 영재학급 등 다양한 교육시설과 커리큘럼을 제공해주고 있었다.
캐나다 고등학생들의 졸업 후 진로분석 데이터를 보니 대학진학(34%), 전문대학(20%), 취업(40%), 기술학교(6%) 로서 절반 정도는 대학을 진학하고 나머지 절반 정도의 학생은 본인의 관심과 적성을 살려서 산업현장에 진출하고 있었다.
1년의 절반에 해당하는 6개월을 고국을 떠나 새로운 땅에서 지낸다는 것은 상당한 도전과 인내를 필요로 하는 시간들이었다. 6개월을 다시 3번의 2개월로 구분해 돌이켜보면 첫 2개월을 보낸 리치먼드 그린(Richmond green) 학교에서의 생활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왕성한 활동과 도전정신으로 많은 선생님들과 교류하며 학생들의 관심을 받는 등 설렘과 배움의 연속이었다. 첫 코티칭 수업을 할수 있었고 축구클럽 코치를 자원해서 학생들과 함께 훈련하고 경기 때마다 사진을 찍으며 응원을 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그곳 멘토인 비네(Vine)선생님 댁에서 홈스테이하면서 가족처럼 지내기는 했었지만 쌀밥과 김치가 그리울 때가 많았다.
2번째 세션이었던 리치먼드 힐(Richmond Hill) 학교에서는 다소 조용히 수업과 연구활동에 집중했다. 12월 폭설로 출근과 퇴근 심지어 주말의 산책까지 늘 함께 했던 자전거와의 동행을 아쉽게 마감해야 했던 것도 이 시점이었다.
마지막 세션을 보낸 캐나다 북부 뉴마켓 지역의 뮬락(Mulock) 하이스쿨에서는 영하 15도 정도의 추위와 하얀 눈길을 뚫고 집과 학교를 걸어서 다녀야만했다. 다정다감하고 친절한 과학부 선생님들과 함께 할 수 있었으며 특히 친구처럼 항상 도움을 아끼지 않았던 멘토 선생님(Mr. Foster)의 좋은 수업과 자료를 공유할 수 있었다.
귀국 후 캐나다 교육현장에서 가르치고 배워온 교육경험과 자료를 학교동아리활동에 먼저 적용해 보고 워크숍이나 연수를 통해서 동료선생님들과 서로 나누고 공유하고자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