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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죄수의 딜레마와 이타적 선택

두 명의 사건 용의자가 서로 다른 취조실에 격리되어 심문을 받고 있다고 하자. 두 용의자는 상호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다. 이들의 조사를 맡고 있는 검사는 한 사람만 자백할 경우 자백한 사람은 방면해 줄 것이나, 끝까지 범행을 부인한 사람은 더욱 무거운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한다.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최적의 결정은 무엇일까?

용의자들 입장에서 가장 현명한 선택은 약속을 지켜 끝까지 자백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혹시 상대방이 배신하면 자신만 손해를 본다는 생각 때문에 결국 둘 다 죄를 자백하고 처벌을 받게 된다는 것이 바로 ‘죄수의 딜레마’ 이론이다. 이 이론은 인간은 이기적이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각박해진 교직사회, 추락하는 교권

요즘은 밤늦은 시간까지 아이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함께 아파하면서 그들의 삶에 나침반이 되어주는 선생님을 찾아보기 힘들다. 성과급에 해당하는 기준만 충족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교사들 간에도 서로를 견제하고 성과물을 챙기기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포털사이트의 주요 뉴스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교사 관련 소식이 쏟아진다. 차마 입에 담기조차 거북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교사의 선행이나 사회적으로 모범이 될 만한 뉴스도 있을 텐데 그런 기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은 이미 고루한 이야기가 된지 오래다. 정보가 자본이 되는 오늘날, 교사와 관련된 기사처럼 클릭수를 늘려 주는 소재는 많지 않다. 교사의 일거수일투족은 언론의 먹잇감으로 전락했다.

지금 교육현장에서는 학생 인권은 있어도 교권은 없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교사는 동네북처럼 이쪽저쪽에서 매도당해도 딱히 호소할 곳이 없다.

사실 교육만큼 국민적 관심사가 높은 분야도 없다. 자식 농사라면 만사를 제쳐놓고라도 관심을 갖는 것이 우리네 부모들의 심정이기에 교육은 아직도 우리 사회의 핵심 가치이자 공통 관심사임에 분명하다. 그런데도 끝없이 추락하는 교권은 날개가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신뢰'와 '협력'

최정규 교수의 책 ‘이타적 인간의 출현’은 죄수의 딜레마 게임의 여러 형태를 보여주고 상황에 따라 게임의 결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여러 가설을 설명하고 있다. 이를 교육 현장에 적용해 보면, 교육의 본질적 가치 회복을 통한 교권 신장은 다른 어느 누구의 도움이 아니라 교사 간의 신뢰와 협력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교육계의 숙원사업이었던 주5일제와 수석교사제가 한국교총의 주도로 입법화되어 내년부터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는 교총을 믿고 힘을 보태준 회원들의 신뢰와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런데 지금 교직사회는 사실상 죄수의 딜레마 이론에 빠져있다. 서로 구심점을 찾지 못해 교사로서 누려야할 권익을 포기하는 경향까지 나타나고 있다. 교사로서 동질감을 갖고 행동하기보다는 우선 자신의 개인적 이익을 따지고 교원단체가 이끌어낸 혜택은 무임승차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이가 적지 않다.

그렇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교권 보호와 공교육 위상 강화는 결국 교사들이 힘을 합해야 가능하다. 그래서 교사들이 똘똘 뭉쳐 교원 단체에 힘을 실어줘야 하는 것이다.

교총이 명운을 걸고 추진한 주5일 수업제와 수석교사제는 내년부터 모든 교사들, 즉 회원으로 가입하지 않은 교사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런데 40만 교원 가운데 상당수는 아직도 교원단체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무임승차란 바로 이를 두고 이르는 말이다.

교사도 인간이기에 이기적 욕구에 따라 행동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지금의 교육현실에서 가장 자신을 위하는 방법은 바로 가장 이타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다. 즉 최대 교원단체인 교총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결국은 개인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지름길이라 할 수 있다. 더 이상의 무임승차는 공멸을 자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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