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의 사건 용의자가 서로 다른 취조실에 격리되어 심문을 받고 있다고 하자. 두 용의자는 상호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다. 이들의 조사를 맡고 있는 검사는 한 사람만 자백할 경우 자백한 사람은 방면해 줄 것이나, 끝까지 범행을 부인한 사람은 더욱 무거운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한다.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최적의 결정은 무엇일까? 용의자들 입장에서 가장 현명한 선택은 약속을 지켜 끝까지 자백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혹시 상대방이 배신하면 자신만 손해를 본다는 생각 때문에 결국 둘 다 죄를 자백하고 처벌을 받게 된다는 것이 바로 ‘죄수의 딜레마’ 이론이다. 이 이론은 인간은 이기적이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각박해진 교직사회, 추락하는 교권 요즘은 밤늦은 시간까지 아이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함께 아파하면서 그들의 삶에 나침반이 되어주는 선생님을 찾아보기 힘들다. 성과급에 해당하는 기준만 충족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교사들 간에도 서로를 견제하고 성과물을 챙기기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포털사이트의 주요 뉴스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교사 관련 소식이 쏟아진다. 차마 입에 담기조차 거북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교사의 선행이나 사회적으로 모범이 될 만한 뉴스도 있
#1 학급회의 장면 (반장이 학급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부터 학급회의를 진행하겠습니다. 평소 학교 생활하면서 불편했던 사항이나 건의하고 싶은 내용이 있는 학생은 서슴지 말고 발언하기 바랍니다. (별다른 의견이 없자 담임이 나서 목청을 높인다) 학교의 주인은 여러분입니다. 따라서 학급 구성원으로서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자신의 발전뿐만 아니라 학교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굳이 나 하나쯤 참여하지 않는다고 변화될 게 없다고 생각하면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2 어느 학교 휴게실 (선생님들이 모여 환담을 나눈다) 김 선생, 이번에 교원단체 탈퇴했다면서? 네, 그래요. 매달 회비만 꼬박꼬박 내지 저한테 돌아오는 혜택이 없잖아요. 물론 개인한테 돌아오는 혜택만 생각하면 그럴지 몰라도 선생님들 전체의 권익보호나 복지차원에서 생각하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은데. 저는 교원단체의 필요성을 크게 못 느껴요. 김 선생, 가입과 탈퇴는 자유지만 그러면 우리 교사들의 권익은 누가 챙겨야지? #3 지난해 10월 한국교총 회장실 (사회자가 회의 개회를 알린다) 앞으로 1년 동안 한국교육신문의 논설위원을 맡아 수고해주실 분에 대한 위촉장 수여가 있겠습
상우야, 일단 선생님이 미안하다는 말부터 전하고 시작할게. 앞으로는 절대 그런 실수 안 할 거야. 해가 갈수록 수업 진행이 마음먹은 것처럼 쉽지 않구나. 럭비공 튀듯 돌출 행동을 하는 녀석이 있는 학급은 수업 분위기 잡기도 어렵고 수업 시간 내내 주의를 주는 게 다반사니 열심히 하는 학생들까지 피해를 받게 마련이지. 그런데 상우가 있는 학급은 그런 학생들은 없고 오히려 상우가 학습 분위기를 주도하니 항상 수업에 생동감이 넘친단다. 아이들이 나태해지려 하면 “얘들아, 선생님 말씀 잘 듣자”라며 독려하는 말까지 하는 너는 나한테는 보물단지나 다름없어. 상우는 자연계라서 수학, 과학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할 텐데 보충수업 시간에도 내 과목(국어)을 신청해서 듣지. 고마울 따름이란다. 8교시 수업이라 학생들도 지칠 만큼 지쳐 있고 발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지도하는 나도 힘들고 애를 먹는단다. 그때마다 상우가 손을 들고 “선생님, 제가 발표하겠습니다”라고 자청해서 수업에 생기를 불어넣지. 그러던 어느 날, 보충수업에서 비교적 어려운 문제를 풀 차례인데 발표할 학생을 묻자 아무도 나서지 않았지. 그동안 그런 어색함을 메워주며 매번 발표에 나섰던 상우조차 자신 없는
윤오영의 수필 ‘부끄러움’은 사춘기 청소년들의 심리를 소재로 삼아 한국적이고 고전적 아름다움으로서의 부끄러움을 미학적 차원으로 끌어올린 수작(秀作)으로 꼽힌다. 먼 친척 오빠의 방문에 건넌방에 걸어둔 곤때 묻은 분홍 적삼을 들킨 소녀가 무안하고 부끄러워서 떠나는 오빠의 마중도 나오지 못하고 숨어서 반쯤 내다보는 붉어진 얼굴에서 그 옛날 우리 민족의 아름다운 성정(性情)을 발견할 수 있다. 수업에서 이런 본문을 공부한 후, 학습활동에 들어갔다. 마지막 표현하기 문항은 ‘부끄러움’과 유사한 상황의 경험을 떠올려 보고, 특별히 감동을 느끼게 된 계기를 짧은 수필 형태로 써 보는 것이었다. 글쓰기 시간으로 준 10분이 지나자 이제 자신이 쓴 글을 발표할 순서가 됐다. 짧은 시간이었기에 깊은 맛이 담긴 곰삭은 글이 나올 수 없다는 한계를 알고 있었기에 발표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두 서너 명의 발표가 끝난 후, 가운데 줄 앞에서 두 번째 자리에 앉아 있던 현문이가 빙긋이 웃고 있었다. 늘 얼굴에 미소를 달고 사는 녀석이라 크게 의식하지는 않았지만 마치 자신에게 발표할 기회를 달라는 미소처럼 보였다. 녀석은 평소에도 수업에 들어가면 강의에 집중하고 열심히 발표
지난해 2월, 3학년 부장을 맡으면서 가장 먼저 고민한 것은 가뜩이나 학력이 떨어진다는 소리를 듣던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일이었다. 고심을 거듭하던 중 묘안이 떠올랐다. 과목별로 공교육과 사교육을 막론하고 학생들의 선호도가 가장 높은 선생님을 초청해서 아이들에게 자극을 주자는 것이었다. 그렇게라도 해서 아이들이 자신감을 갖고 성적을 올릴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을 듯했다. 국어는 다행스럽게도 공교육에 계신 분이라 섭외하는데 어려움이 없었지만 수학은 사교육에 계신 분이었기에 전화 연결조차 쉽지 않았다. 수학도 가능하면 공교육에 계신 분을 모시고 싶었지만 학생들의 선호도가 워낙 높다 보니 달리 대안이 없었다. 몇 차례 시도한 끝에 간신히 전화 연결이 되었으나 이미 꽉 채워진 일정을 들어 난색을 표했다. 그래도 학생들이 직접 강의를 듣고 싶어 한다는 간청을 뿌리치지는 못했다. 필자는 국어를 가르치고는 있지만 수학 분야에서 그분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국내 최고 수학 강사로 자리 잡으며 상상을 초월할 연봉에 온라인 강의나 교재 판매 수익 등 웬만한 중소기업을 능가할 정도의 수입을 올리는, 말 그대로 학생들에게는 가히 수학의 신으로 불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