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는 학교 현장의 교수·학습 활동을 수행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자료이며, 학생들의 지적 성장에 직접 영향을 주는 자료일 뿐 아니라, 국가의 교육이념이나 목적을 구현하는 수단이며 도구이고, 교과서 속에 반영된 내용으로서의 문화가치 체계는 학생의 행동 변화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
2009 개정교육과정에서는 교육과정의 탄력적 현장 운영 및 창의적 체험활동, 학년군제나 교과군제 도입, 교과 이수시기와 수업시수(단위)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또한 단위학교의 교육과정 자율성 확대와 더불어 학생의 학습 부담을 덜어 주고, 진로지도 교육과정 운영 강조,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한 학습 강화를 유도하고 있다. 이에 교과부에서는 ‘창의적인 산지식을 제공하고 학습자 친화적인 미래형 교과서 보급’을 주요 골자로 한 ‘2010년 교과서 선진화 방안’을 확정·발표해 학생들에게 친숙하고 학습력을 높일 수 있는 교과용 도서를 보급한다는 것이다. 이는 교원의 한 사람으로서 환영하는 바이다. 그러나 그에 앞서 다음과 같은 사항을 고려해봤으면 한다.
첫째, 초등학교 5~6학년 전 교과의 검정도서 확대는 다양성의 강조보다는 일선 학교의 업무를 가중시키는 결과가 올 수 있을 것이다. 남북한 분단, 일본과 중국의 강대국 사이에 자리한 지리적 위치, 상대적으로 적은 인구와 작은 땅 등 우리나라의 교과서는 국가 정체성과 내부적 통일성을 유지해야 하는 검정도서 심사기준이 있다. 이는 검정교과서도 국정에 비해 월등히 다양하지는 않고, 검정도서 심사에 따른 교사들의 업무가 가중된다. 즉, 영어교과의 예를 보면, 2011년도는 3, 4학년에 국한되어 있음에도 교과서의 종류가 20종이 넘는다. 이를 심사공고, 교과서 홍보, 심사위원 선정, 심사표 작성, 심사, 심사회의록 작성, 결과를 홈페이지에 탑재하는 등 그 심사의 과정도 복잡하고 시일도 15일 이상이 소요된다. 내용의 선진화 및 다양성도 중요하지만 검정도서 심사에 대한 교사들의 업무 과중이 해소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교과별 연계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즉, 초등학교 5, 6학년 모든 교과를 검정으로 할 때 5학년과 6학년 때의 교과서가 동일 회사의 교과로 선정되지는 아니할 수도 있다. 이때 교육과정의 중점은 같을지라도 교과내용의 연계는 쉽지 않을 것이다.
셋째, 학년군 도입에 따라 교과 분책으로 인한 비용을 책정해야 할 것이다. 학생이 전학을 하거나 학년이 바뀌었을 경우 전출이 많은 도시 학교에서는 교과서를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 또한, 전출입을 가는 경우 학생들은 본인들이 사용하던 교과서를 가지고 가기 때문에 이는 교과서의 비용을 증가시키는 원인이 발생한다. 또한, 검정교과서가 많아지게 되면 위와 같은 상황에 대비해 언제 어디에서나 교과서를 구비할 수 있는 여건 마련도 중요할 것이라 생각한다.
넷째, 인정도서 확대를 위한 여건 마련이 필요하다. 인정도서는 창의와 자율을 통한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과서 개발, 교사들이 자체 제작한 교수․학습 자료나 시중에 나와 있는 일반 서적의 교과서화 촉진, 간단한 심사와 채택 절차 등을 통한 질 좋은 교과서를 개발 활용해 학생들의 창의성을 신장시키고, 자기주도적학습력을 신장시키는 데 있다. 그러나 인정도서는 국정이나 검정에 비해 편집이나 그림, 사진 등이 조잡하고, 인정심의 후 수정․보완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다양성과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것이 인정도서를 활용하는 대다수의 교사들의 의견이다. 인정도서의 확대를 위해서는 위의 의견들을 수렴해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교과서란 교과서의 발행기관이 어디냐의 문제보다는 좀 더 근본적으로 교육과정의 흐름 및 학생들의 변화를 이끌어 갈 수 있는 내용체제를 갖추고 있느냐, 학생들의 자발성이나 학생들의 창의력 및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신장시킬 수 있는 교육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느냐, 교사가 교과를 지도할 때 교수 부담을 줄일 수 있고, 학생들의 다양성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느냐가 관건이고 진정한 교과서 선진화의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가끔 교실에 들어가 수업을 하는 경우나 자습시간에 학생들을 살펴보는 경우가 있다. 이때 ‘책을 읽으세요’ 하면 ‘읽을 책이 없다’고 말하는 학생들이 있거나 ‘교실에 있는 책은 다 읽었는데요’라고 말하는 학생들이 있다. 그럴 때면 읽기 책이나 사회책을 읽어보라고 권한다. 그러면 학생들은 하나같이 ‘아이! 왜 재미없는 교과서를 읽으라고 하세요!’ 하며 항의를 한다. 교과서는 재미있는, 읽어볼 만한 감동 있는 책이라고 하더라도 돌아오는 답은 항상 똑같다. 교과서도 풀어 보면 교과용 도서인데 말이다.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내용이 풍부하고 실생활과 연계되며 자기 주도적 학습을 위한 안내와 함께 창의적이고 학습자 개개인의 능력과 흥미가 반영된 교과서. 구체적인 교수 방법을 제시해 학생과 이를 가르치는 교사들도 수업에 대한 부담을 조금은 덜 수 있는 교과서, 그런 교과서가 일선 현장에서는 필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