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학생들이 원하는 신체운동을 즐길 수 있도록 학교체육이 정상화된다면 진정한 스포츠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한국시간으로 지난달 28일 폐막됐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아들과 딸들의 투혼으로 그간 행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들의 땀과 노력의 결과는 메달 집계나 순위를 넘어선 더욱 소중한 무엇인가의 가치와 가슴 뭉클함을 느끼게 하지만 굳이 결과를 따져보자면 금메달 6개, 은메달 6개, 동메달 2개로 그 어느 때 보다 좋은 성적을 내 종합 5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돌풍의 주역들은 이른바 88올림픽이 있었던 1988년 전후에 출생하였다고 하여 ‘88둥이 또는 올림픽 베이비’라 불린다. 모 신문기사에 의하면 이들의 특징은 경제성장으로 인한 풍요로움과 글로벌화라는 시대적 특권을 누리며, 부모의 전폭적인 교육과 투자를 받고 성장하여 세계 어느 나라 사람들과 맞붙어도 당당히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성취감을 가진 세대라 했다.
이들은 소위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한 과거의 운동선수들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스스로가 좋아서 운동을 선택하여 강도 높은 지옥훈련도 불평 없이 견뎌 낸다. 끊임없는 열정으로 자신의 운동을 즐긴다. 이러한 신세대 선수들은 메달의 영광을 눈물대신 우스꽝스러운 세레모니로 표출하기도 하고, 기자회견 인터뷰 도중 생일축하 케이크 앞에서 축하 노래를 거리낌 없이 부르기도 한다.
이러한 우리 선수들의 이미지뿐만 아니라 이번 동계올림픽에서는 여러 측면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데, 우선 그동안 한국은 쇼트트랙에서만 강하다는 인식을 불식시켰다. 이번 대회에 쇼트트랙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4개, 동메달 2개 등으로 여전히 강한 면모를 보였지만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금메달 3개와 은메달 2개를 따 냈고, 전 세계를 감동케 한 우리의 ‘피겨여왕 김연아’가 피겨 스케이팅에서 사상 첫 금메달을 따냈다.
‘빙상’에서 세계 최강이니 자랑스러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여기서 멈출 것이 아니다. 우리가 ‘빙상’에서 잔치를 벌이고 있을 때 캐나다와 미국 같은 동계 스포츠 강국은 ‘설상’에서도 그들만의 파티를 벌이고 있음을 알았다. 15개의 동계올림픽 종목 중 우리는 3종목에서 메달을 획득했지만 캐나다는 9종목, 미국도 9종목에서 메달을 따 냈다. 보다 더 다양한 종목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끊임없는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의 학교체육의 현실을 짚어보고자 한다. 체육활동을 일반적으로 구분하면 학교체육, 생활체육(또는 사회체육), 전문체육(또는 엘리트체육)으로 나눈다. 간단한 개념을 설명하자면 생활체육은 여가 활동의 일환으로 전개되고, 학교체육은 체육활동이 교육적 활동으로 전개되고, 엘리트체육이라 불리는 전문체육은 지역대표나 국가대표 선수 등과 같이 기량이 높은 선수들이 모여서 승부를 가리기 위해 하는 경기를 의미한다.
이중 학교체육은 다양한 신체활동을 통해 학생 개개인의 움직임 욕구를 실현하고 운동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기능과 체력을 증진시키고, 운동과 건강에 관해 이해하여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인격 형성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과정의 일부로서 학교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체육수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학교 체육교육은 입시위주의 교과에 치중하여 결손이 많고, 방과 후 체육활동이나 시설 등도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학교체육은 개개인의 적성과 흥미에 알맞은 신체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도 하고 엘리트 양성의 중요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오늘날 미국이 세계 제일의 스포츠 강국 위치를 굳히고 있지만 학교에서 우수선수 양성을 위한 특별한 제도는 갖고 있지 않다. 이들은 모두 학교가 후원하는 학령 전 아동 및 학생 출신들로 야구, 축구, 농구 및 기타 종목의 리그전에 2000만 명 이상 참가하며 이는 거의 전 학생이 참여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독일의 경우 체육활동이 가장 조직적으로 발달된 나라로 학교체육과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건강증진 및 스포츠 동기유발을 장려하고 있다. 청소년들의 80% 이상이 스포츠클럽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호주는 ‘건강하고 활기찬 호주 만들기’를 슬로건으로 하여 유소년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매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스포츠 활동에 참가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학교체육의 활성화와 정상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학생들로 하여금 학교 교육활동의 일환으로 즐거운 신체활동의 기회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선발된 선수들이라면 이번 동계올림픽의 ‘88둥이’처럼 자신이 선택한 고된 훈련의 길을 기꺼이 즐거움과 열정으로 받아들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