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 새 교실! 처음으로 마주하는 학생들과 눈빛을 주고받자. 설렘과 지적 호기심으로 가득 찬 아이들의 눈빛 속으로 들어가자.”
새로운 밀레니엄시대 아침을 맞아 온 세계가 떠들썩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둘째 마당의 문이 열렸다. 경인년, 백호가 포효하는 새해 새 학기를 맞았다.
해마다 맞는 신학기지만 올해는 설렘과 두려움이 남다르다. 정든 학생들과 석별의 정을 나누자마자 신학기는 열린다. 신교육과정과 새 학년, 인사이동과 함께 새로운 학생들을 맞을 준비로 밤잠을 설치기도 한다. 한편, 올해는 우리 교육현장에 직·간접으로 큰 영향을 줄 새로운 제도가 도입된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마련된 교원평가의 전면적인 시행과 학교자율화 정책, 개정 교육과정의 적용 등이 그것이다. 여기에 지자체 장을 비롯하여 시·도교육감과 교육의원 선거를 치러야 하기에 벌써부터 우리 교단은 술렁이며 기대와 두려움이 교차하고 있다.
교육정책이 정치논리에 휘둘리고 있다는 걱정이 여기저기에서 들린다. 또한 지나친 경제논리에 의해 교육환경이 열악해지고 있다는 우려와 염려도 만만치 않다. 항상 희망과 기대, 염려와 걱정은 역사의 한 바구니에 담겨있기에 비관하거나 절망하지 말자. 희망과 기대를 키우는 긍정의 힘을 신뢰하자. 긍정의 힘은 캄캄한 어둠 속에서 동트는 새벽빛을 마련하고 키우는 창조적 에너지다.
우리 사회는 전후 빈곤과 폐허를 딛고 고속 성장을 거듭하며 세계가 격찬하는 경제성장을 이루어냈다. 이제는 우리의 정체성을 당당하게 드러내며 세계를 이끄는 주요 국가의 위상을 확보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러한 도약과 발전의 창조적 에너지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그것은 두말할 것 없이 교육의 힘이다. 우리 교사들의 헌신과 열정이 밑거름이 되었고, 부모님들이 헐벗고 굶주리면서도 자식교육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고 정성을 쏟았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 교육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마땅히 변해야 한다. 치열한 국제 경쟁시대에 살아남고 선도하기 위해 스스로 환골탈태하며 진화해야 한다. 변화를 두려워하면 미래가 없다. 하지만 공존과 상생, 행복과 평화의 이데아를 추구하는 참된 인 인간교육의 목적이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 진정한 민주교육은 개인적인 생태환경에 구속되거나 종속되지 않고 존엄한 인간으로서 행복을 추구하며 스스로의 잠재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도록 도와주고 협력하는 것이다.
우리 교사들은 교육에 있어서 머리며 몸통이다. 그래서 사회로부터 항상 깊은 애정과 원망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아낌없는 격려와 애정에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자. 원망과 비난, 질타도 경청하며 냉철한 성찰과 반성을 게을리 하지 말자. 교육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비교육적인 갑론을박을 하더라도 품위를 지키며 인내해야 한다. 또한 우리에게 부여된 무한 책임과 벅찬 책무를 운명처럼 사랑하자. 고통스럽고 시달린다는 피해의식을 버리고 온몸으로 즐기자. 우리가 정성껏 거름 주고 가꿀 수 있는 잠재 인재들이 우리 손 안에 있고, 그들은 장차 우리 사회와 국가의 동량이 된다는 믿음과 확신이 바로 교직의 존재 이유이다.
새 학기, 새 교실, 처음으로 마주하는 학생들과 서로 눈빛을 주고받자. 첫 만남의 설렘과 지적 호기심으로 가득 찬 아이들의 눈빛 속으로 들어가자. 그리고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한다는 믿음을 심어주자. 믿음이 생기면 마음의 문은 열리고, 교육적 소통과 교류의 에너지가 작동하며 진정한 교육적 교감의 장이 펼쳐진다. 이러한 성공적인 출발은 쉽지 않다. 하루 이틀 특별히 준비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면 어떻게 성공할 수 있을까.
초임교사 시절로 돌아가는 것이다. 당시에는 모든 것이 생소하고 힘들어 좌충우돌했지만, 오로지 교직에 대한 열정만은 대단했다고 우리 스스로 자랑한다. 바로 열정이다. 열정은 이것저것 셈하지 않고 올인하는 도전정신이다. 그래서 열정은 창조적인 에너지다. 열정은 아이들에게 아낌없이 주는 헌신이며 절대적 봉사의 또 다른 이름이다. 바로 열정으로 채워진 교직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사랑과 헌신, 지성과 감성이 조화를 이루며 끊임없이 솟구치는 열정, 그 열정의 심지에 다시 불을 지펴 활활 타오르게 해야 한다.
교직은 열정을 아낌없이 태워 아이들을 살찌우고, 거듭 태울 수 있는 지성과 감성, 꿈과 희망의 섶단을 마련하는데 모든 것을 바쳐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비로소 ‘선생님, 우리 선생님’이란 방명(芳名)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