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입니다. 다 아는 얘기를 그저 서사로 꾸며 봤을 뿐인데 장원 급제라니, 귀를 의심하였다. 이번 작품 속에 들먹인 에피소드들은 대부분 실화를 윤색한 것으로 교사 생활을 하면서 겪은 것들로부터 유추된 유사연합 적인 것도 있다. 알다시피 빙산의 일각. 하지만 그처럼 어둡기만 한 것은 아니 잖은가.
평생 잊을 것 같지 않은 일이 하나 있다. 막 수업을 시작하려는 때였다. 목에 점액성 이물이 끼어 있었다. 폐강 속의 공기를 급속히 끌어내어 그것을 긁어냈다. 그 때였다. 코앞에 앉아 있던 녀석이 꺼내 놓은 연습지를 한 장 황급히 찢어 두 손을 모아 나에게 내밀었다.
그 행동은 장난기 어린 행위가 아니었다. 여기까지도 놀랄 일이지만 더욱 놀랄 일은 그 순간의 내 심경이었던 것이다. 그 뜻밖의 배려에 비복이 상전으로부터 숭늉 대접을 받은 것 같은 황공함이었다니...... 제자와 스승의 관계를 구매자와 판매자, 고객과 점주의 관계로 보면서 고객은 왕이라던가, 그것을 헌신적 자기 희생의 성직자연하여 마치 선진적 교육 철학인 양 착각하는 저간 일각의 그 자기 비하적 발상에 서글픔을 느낀다.
대접은 스스로가 만드는 법, 교육만은 권위주의적 바탕 위에서만 성취되는 것이다. 많은 어려움을 속으로 삭이시며 어둠 속에서 나름의 빛을 깜빡이시는 반딧불이 선생님들께 존경의 염을 주체할 수 없다.
자존심 건드리며 용감하도록 거침없던 집사람의 작품에 대한 잔소리가 오늘의 영광을 가져 왔다는 것에서 고마움으로 다가온다. 이 영광을 집사람과 나누고 싶다. 심사 위원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