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8월 15일 광복절은 우리에게 특별한 날이다. 대한민국이 건국 60주년을 맞는 날이기 때문이다. 60년이라는 세월이 갖는 의미는 작지 않다. 그것은 특히 우리 한국사회에서 성숙함과 풍요함을 기리는 해이기 때문이다. 개인의 삶에서 60세는 환갑이라고 해서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기념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물론 국가의 경우는 다를 수 있다. 국가란 개인처럼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노쇠해지거나 늙어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우리가 가꾸기에 따라 점점 더 원기 있고 날로 새로워지는 것이 국가다. 그럼에도 건국 60년의 의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20세기의 치열한 삶을 살아온 우리 현대사에서 주목할 만한 성취들을 여럿 들 수 있겠으나,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역사적 성취는 단연 대한민국 건국이 아니겠는가. 이 대한민국의 건국을 계기로 대외적으로는 독립국가로 다시 섬으로 나라를 빼앗겼다는 국치를 말끔히 씻을 수 있었다. 또한 대내적으로는 우리 민족의 역사상 처음으로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국민 모두가 법 앞에 평등하며 국민 개개인의 안전, 자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함을 최고의 이상으로 하는 자유민주공화국 헌법체제를 갖추게 된 것이다.
대한민국 건국으로 말미암아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인간 자유와 평등의 원칙이 정착되었으며, 그때까지 잠재력으로 남아있던 우리 민족의 창의성과 수월성은 최고로 발휘될 수 있었다. 이 점에서 대한민국 건국은 단순한 ‘대한민국 정부수립’의 차원을 넘어서서 우리 민족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탁월한 선택임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 우리사회에는 대한민국의 건국과 존재 그 자체를 당연시하거나 아니면 사소한 것으로 치부하는 지적 흐름이 있는가하면, 심지어는 잘못된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도 일부 있다.
그러나 60년 전 건국 당시는 달랐다. 1945년 이후의 해방공간은 불안하기 짝이 없는 상태였다. 한반도가 일제로부터 해방은 되었지만 국토가 서로 이념과 정치체제를 달리하는 미국과 소련에게 분할점령 당하는 운명에 봉착했다. 뿐만 아니라 한반도가 자유민주주의의 기치아래 다시 통합되는 것을 원치 않는 국내외 세력들의 방해와 반대 때문에 통일된 민주국가를 건설하는 일도 불가능했다.
건국은 이러한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고 3․1운동과 상해 임시정부를 통해 독립국가 건설을 열망해온 지도자들과 국민들이 이룩해낸 피와 땀의 결정체였다. 건국 60주년을 맞이하여 건국 지도자들의 신념과 노력에 새삼 존경과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건국 60년사는 대한민국을 폄훼하려는 사람들이 말하듯 치욕의 역사가 결코 아니다. 물론 피와 땀과 눈물로 이루어진 험난한 여정임은 분명했고 무수한 희생자들이 때로는 억울하게도 발생한 통한의 역사이기도 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가난과 절망을 풍요와 희망으로 대치하고 독재와 불의를 정의와 민주주의로 극복해나가는 불굴의 의지가 꽃핀 자랑스러운 성공의 역사이다.
혹시 대한민국 건국이 통일국가가 아니었다는 이유만으로 지난 60년간 대한민국의 발전을 왜곡된 것으로 비판한다면, 건국의 민족사적 의의와 문명사적 의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 편향된 역사인식의 소산이라고 할 것이다. 특히 대한민국은 건국 후 북한의 기습남침으로 인해 6․25전쟁이라는 유례없는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었으나, 놀라운 호국정신을 발휘하여 자유민주국가로서 살아남았다. 그 후 전쟁의 후유증을 극복하여 경제․정치적으로 비약적 발전을 이룸으로서 오늘날에는 세계적으로 부강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반열에 올라설 수가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은 번영을 통해 전체주의 체제에 갇혀있는 북한 동포들에게도 현실적인 구원의 손을 내밀 수 있는 자신감을 갖추게 된 것이 아닌가.
이제 우리는 건국 60주년을 맞이하여 대한민국의 자랑스럽고 성공적인 역사를 올바르게 우리의 후세들에게 가르쳐야한다. 우리 후세들에게서 나라 사랑하는 마음과 나라 가꾸는 마음이 새롭게 불타오를 때 대한민국은 21세기에 다시 한 번 도약하여 새로운 번영의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