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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교장 선출보직제'의 허구

전교조에서는 오는 7월 공식 활동이 시작되면 노조가 할 수 있는 교원의 보수와 근무조건 등의 문제를 뛰어 넘어 정책과제인 '교무회의 의결권'과 '교장·교감 전교직원회의에서의 선출, 순환 보직제'를 제도화 할 것을 교섭과제로 정해 추진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교조의 이러한 주장은 80년대 후반 결성선언 전후 이래 오늘 날까지 10여년동안 끈질기게 주장해 온 학교경영관리체제에 대한 일관된 관점이다. 그들은 학교의 교장, 교감, 부장교사, 교사간을 본질적으로 상명하복의 계층구조가 아닌 평등한 위치로 보고 있다. 따라서 교사는 교장, 교감의 지시 명령에 의해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의 양심과 진리에 따라 교육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들은 교사들이 학교장의 지도·감독을 받아 교육한다는데 대해 거부감을 갖는다. 따라서 학교의 주요 교육계획 및 경영관리 등에 대한 의사결정은 학교장 책임과 권한아래 독선적으로 할 것이 아니라 전체교직원회의에서 결정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학교가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학교장과 교감도 지금처럼 충분한 교육경력과 자질을 갖춘 유자격자를 국가에서 임명하는 제도는 잘못된 것이므로 교장·교감은 교사들 중에서 교직원회의에서 선출하여 몇 년씩 돌아가며 하게 하는 이른바 '순환보직제'가 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전교조측의 이러한 발상과 주장 및 노선은 얼핏 보기엔 매우 바람직한 민주적 학교경영·관리방법과 체제인 것처럼 보이기 쉽다.

그러나 만약 전교조 측의 이러한 주장과 논리가 맞는다면 시· 군·구 교육청, 시·도교육청, 교육부 등 중앙행정조직, 시·군· 구청, 시·도청, 경찰서 등 다른 모든 공조직에서도 그 구성원 전체회의에서 그 조직의 주요 의사결정을 하게 하고 기관의 장은 그저 상징적·사무취급자적 역할만 하게 해야 옳지 않겠는가.

또한 교육부장관은 교육부 직원들이, 시·도지사는 시·도청 직원들이, 시장·군수는 시청·군청 직원들이, 경찰서장은 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각각 전체회의에서 계급과 경력을 초월하여 가장 인기있는 사람을 선출하여 직무를 수행케 하는 선출보직제를 해야 옳지 않겠는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도록 교육하고 이끄는 국가 공직자의 직무가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데 국민을 위한 공직자들의 과업과 수행방법 등을 결정하는 지휘 책임자의 임용 방식이 이래가지고 제 구실을 할 수 있겠는가.

사회의 모든 조직과 체제를 책임지고 움직이게 하는 사람은 결국 한 사람일 수 밖에 없고, 한 사람의 지휘와 감독하에 조직이 움직여지지 않으면 그 조직은 책임질 사람이 없어 결국 제 구실을 못하고 혼란에 빠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전교조의 이러한 주장은 체제와 조직의 본질적인 속성을 모르거나 무시 내지 경시한 데서, 더욱이 국가 교육의 공적 책무성의 중요함을 무시한데서 비롯된 위험한 발상인 것이다.

학교도 설령 계급사회는 아니라 할지라도 큰 조직체가 되다 보니 교장·교감 밑에 학년별, 교과별, 업무부서별 하위체제가 없을 수 없고 하위체제별 부서업무를 총괄하는 책임자가 있지 않으면 안되는 기능상의 계층구조적 체제에서 모든 교직원들은 교장의 직무수행상의 지휘감독을 벗어날 수가 없다.

전교조의 이러한 움직임은 오는 8월 학교운영의 오랜 경험과 경륜을 갖춘 원로 교장 70%∼80%가 강제 퇴출 되어 초·중등학교의 지도력이 흔들리는 시점에 맞추어 일고 있어 더욱 민감하다. 학교는 지금 학습자 중심의 열린교육, 수행평가, 특기·적성교육 등 교육개혁 과제의 추진을 위해 교장을 비롯한 전 교직원이 정신없이 바쁘고 고달프다. 그러나 한편 정년단축에 따른 초· 중등학교 지도층의 대거 조기퇴출, 연금 감축설, 촌지 및 체벌 금지 등으로 교원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져 있다. 교단이 마구 흔들리고 불안하다.

이런 상황에서 교장·교감의 선출, 순환보직제와 교무회의의 의결권이 제도화되면 교장은 그야말로 높은 교육철학과 교육관을 가지고 학생을 교육하고 교직원을 이끄는 지도자가 아닌 하나의 상징적인 사무취급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학교는 책임질 사람없는 혼란과 무질서의 아노미현상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고, 아이들이 공부를 하던 말던, 무슨(나쁜)짓을 하던 말던 통제 불능의 해방구가 되고 말 것이 극히 우려된다. 학교운영의 민주화를 위한다는 이런 식의 급진적 변혁논리에 현혹되어 국가교육을 망치는 우를 범해서는 결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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