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1959년의 일로 기억된다. 당시 학교에는 빨간 투피스를 입은, 천사처럼 예쁜 여 선생님이 전근을 오시게 됐다. 나는 그 선생님이 담임이 되기를 빌고 또 빌었는데 하늘도 감복했는지 진짜로 담임이 되셨다.
선생님과 매일 얼굴을 마주보고 공부하는 일이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다. 공부가 끝난 후에도 난 선생님 심부름을 하거나 내일의 과제를 하는 등 곁에 있으려 애썼고 선생님의 퇴근시간에 맞춰 집에 가곤했다. 그러던 어느 날, 선생님은 작은 어항에 금붕어 두 마리를 사다 놓으셨다.
긴 지느러미를 살랑살랑 움직이면서 앞뒤로 헤엄치는 금붕어는 참으로 예뻤다. 그런데 어찌나 예뻤던지 내 머릿속에선 이상한 호기심이 발동했다. 과연 `금붕어는 금으로 된 붕어일까' 하는 의문 말이다. 단짝 순희와 어항 앞에 서서 금붕어를 바라보았다.
"순희야, 저 금붕어는 금으로 되어있을까" "그럼, 그러니까 금붕어지" "그런데 금은 상당히 무거울텐데 어떻게 가라앉지도 않고 헤엄을 잘 치지?" "의심도 많네. 저 비늘 좀 봐. 누런게 금 아니고 뭐겠니" "우리 그럼 잡아서 꺼내 볼까" "선생님 아시면 혼날텐데…"
며칠 뒤 아무도 없는 교실에서 순희와 나는 어항 속의 금붕어를 잡으려 소매를 걷어올렸다. 이리저리 피해 도망 다니는 금붕어 한 마리를 기어이 잡아 낸 나는 손바닥에 금붕어를 올려 놓았다. 금붕어는 숨이 막혀 죽겠는지 팔딱팔딱 뛰었다. 손바닥으로 꼭 눌러 금붕어를 진정시킨(?) 우리는 손톱으로 금붕어의 비늘을 조금 벗겨서 금인지 아닌지를 막 확인하려고 했다.
그 때, 선생님이 교실로 들어오셨다. 선생님은 눈을 동그랗게 뜨신 채 깜짝 놀라셨고 우리는 조금 전의 그 금붕어 신세가 되어 선생님의 처분만 기다렸다. `아이고 죽겠구나'라고 생각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선생님은 한참을 아무 말도 없으시더니 빙그레 미소를 지으셨다. 그리고는 "너희들 금붕어가 진짜 금인지 아닌지 보려고 했구나. 그런데 어쩌지. 금붕어는 금으로 된 것이 아니고 그냥 붕어란다"라고 자상하게 말씀하셨다.
내 잘못을 꾸짖으시기보다는 그 호기심을 대견스럽게 여기셨던 선생님. 그 후 10년을 성큼 커 교사가 된 나는 학생들이 잘못을 할 때면 그 선생님을 떠올린다. 용서와 사랑으로 나를 가르치던 그 선생님의 모습을 닮으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