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점심시간이었다. 점심을 먹기 위해 급식실로 줄을 서서 들어섰을 때 ‘푸드덕’하는 소리와 함께 새 한 마리가 날아들었다.
“어? 새다! 새.” “어디? 어디?” 급식실은 금새 혼란스러워졌다.
당황한 새는 이미 제정신이 아닌 듯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유리창에 부딪히고 그러다간 의자 밑으로 곤두박질치기를 반복했다. 아이들은 밥 먹을 생각은 않고 숟가락을 든 채 눈으로 새를 쫓기에 바빴다.
나는 그 새를 밖으로 내보내야한다는 생각에 창가로 가서 창문을 열려고 했지만 방충망이 고정되어 열 수 없었다. 그 때 의자 밑에서 정신을 차린 새가 날개짓을 했고 나는 얼른 의자를 놓고 창틀로 올라서 위 창문을 2개 열어 놓았다. 그러나 높고 작은 창문이 새의 눈에 띄지 않는지 새는 엉뚱한 곳에서 몸부림을 쳤다.
나는 마음이 다급해졌다. 조금 있으면 고학년들이 올 것이고 그러면 급식실은 아수라장이 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나는 ‘새가슴이 된다는 뜻이 이런 것이구나’를 생각하며 덩달아 나도 새가슴이 됐다.
‘얘, 마음을 가다듬고 잘 살펴보렴. 네가 나갈 곳을 내가 열어 놓았어.’ 새에게 마음의 응원을 보냈지만 의자 밑에 숨어 있는 새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새가 보이지 않자 아이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히 밥을 먹었다.
잠시 후 새는 조용히 날아 방충망에 옮겨 붙었다. 머리를 요리조리 움직이며 살금살금 옆으로 기며 나갈 길을 찾기 시작했다. 새는 내가 열어 놓은 이층 창문 쪽으로 조금씩 가까이 다가갔다. ‘그래, 그래. 조금만 더 위로 가봐.’
내 마음을 알았는지 새는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힘차게 하늘로 솟아올랐다. 나도 순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얘들아, 새 날아갔어.” “와! 정말요.” 아이들도 초롱초롱 한 눈망울에 기쁨이 가득하다.
“선생님, 저 새도 박씨를 물어 올까요? 선생님이 살려 주셨잖아요.” 내 옆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대겸이가 웃으며 물어보았다. 얼마 전에 배운 흥부와 놀부 이야기와 은혜 갚은 꿩이 문득 생각났던가 보다. “글쎄, 마음속으로는 고마워하겠지.” 복도 끝에서 고학년들이 급식실로 몰려오고 있었다. 충남 부여초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