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과학의 달’이다. 한 고등학교 정문에는 ‘과학의 달’이라는 글귀가 써져 있는 플래카드가 정문에 걸려 있다. 이것은 우리가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그다지 크게 인식하지 않고 살아오고 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셈이다.
인문계를 자연계보다 선호해 공대보다 법대나 상대를 선호했고, 사회에서도 자연계졸업생보다 인문계졸업생이 더 우대받는 환경 속에서 아직도 살고 있다. 그래서 결국에는 이공계기피현상이 일어나 큰 사회문제가 됨과 동시에 미래의 국가운명이 좌우되는 상황에까지 이르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우리의 과거 역사 속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은 장구한 세월동안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서열을 정해 놓은 사회에서 배우고 익혀왔다. 이 서열은 士가 정한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士가 제일 낮은 서열인 商과 가장 가까이 하는 풍토는 과거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는 것 같다. 오늘날의 용어로 표현하면 정경유착인 셈이다. 그러니 자연히 農과 工은 도외시되어 대접도 제대로 못 받고 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은 과학기술, 즉 工이 만들어낸 결과물이고 동·식물을 비롯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 즉 삼라만상의 돌아가는 이치에 과학의 원리가 내포돼 있다.
잘 사는 선진국과 못 사는 후진국의 차이는 바로 과학기술의 차이에서 기인된다. 21세기는 과학기술에 바탕을 둔 지식기반경제 시대이다. 과학기술이야말로 국가경쟁력의 핵심요소이기 때문에 과학기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유비쿼터스 시스템, 생명공학, 나노기술, 지능 로봇, 원자력 기술, 미래자동차, 항공우주, 보안기술 등은 미래 10년을 이끌 우리나라의 10대 공학기술이다. 이 기술들은 미래 10년이 아니라 21세기를 이끌어나갈 중요한 분야이기도 하다.
우리는 세계 최초로 8기가바이트(GB) 모비낸드(moviNAND), 메모리 용량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3세대 퓨전 메모리 플렉스-원낸드(Flex-OneNAND), 양면 구동 LCD 등을 개발했고, 와이브로(휴대인터넷)가 올해 12월부터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에서 이동통신사업자인 스프린트 넥스텔을 통해 상용 서비스에 나설 예정이다. 그리고 나노소자 조작기술, 지능형자동차 원천기술, 신약, 무선노트북, 종이전지 개발 등 세계적인 성과들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그러나 과학기술인이 되고자하는 학생은 매년 그 숫자가 줄고 있다. 21세기 희망찬 미래를 얻기 위해서는 ‘과학기술발전시스템’이 잘 만들어져야 한다. 이 시스템을 잘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그 구성요소, 즉 법이나 제도, 과학도에 대한 처우, 국민의식, 교육시스템 등을 면밀히 분석하고, 분석된 구성요소가 시스템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또 그 양을 어느 정도로 해야 최적의 솔루션을 만들어 내는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과학기술발전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는 많은 요소 가운데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결정변수는 국가정책과 국민의식이며 가장 중요한 목적은 국민복지이다.
다시 옛날로 돌아가서 이야기해보자. 士農工商의 서열은 있을 수 없다. 이제는 士, 農, 工, 商이 ‘국민’이라는 원탁에 같은 양으로 배분된 면적을 차지하고 둘러 앉아 있다. 정부는 어느 계층도 소외되지 않는 균등한 발전을 이룩하도록 최적설계를 해야 한다. 원탁에 앉은 국민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움직이면서 상충되는 문제를 잘 해결해야 한다.
정부와 국민 모두가 힘을 모아 과학기술을 발전시킬 때, 소득 3만불 이상의 복지국가와 ‘파워코리아’를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