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단위 14개 교장단 대표와 한국교총, 전교조, 한교조 등 교원단체 대표 및 전국교육위원협의회 등으로 구성된 교육자치말살저지대책위원회가 삭발식을 단행하는 강한 반발 속에서 지난 7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표결로 통과되었다. 국회 교육위를 통과한 개정안은 시·도교육위원회를 시·도의회 상임위로 통합하여 시·도의회 의원과 교육경력 또는 교육행정경력을 가진 교육의원으로 구성하되 교육의원이 과반수가 되도록 구성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교육계는 교육감·교육위원 주민직선제 도입에는 공감하지만 시·도교육위원회를 시·도의회로 통합하는 것은 “정치인들이 지방교육의 책임을 맡게 되어 학교교육은 정치적으로 오염될 수밖에 없으며 교육행정이 일반 행정에 예속돼 교육의 전문성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시·도교육위원회와 지방의회가 이원화돼 행정력 낭비가 있고 이를 시정하기 위해 지난 1년 여간 충분히 논의를 했기 때문에 금년 정기국회 내에 통과시킬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독립되어 있는 시·도교육위원회를 폐지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먼저 주민 직선에 의해 선출되는 시·도의원과 교육의원으로 시·도의회 교육상임위를 구성할 경우, 국회의원 지역구간 인구 편차가 3:1을 넘으면 평등선거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한 헌법재판소 결정에 반하는 것이다. 개정안에 의할 때 서울시의 경우 시의원은 평균 12만명(서울시 인구 1025만명, 시의원 96명)의 지역구 인구를 대표하는데 반해, 교육의원은 평균 120만명(서울시 교육위원 8명)을 대표하게 되어 인구편차가 10배가 넘게 된다. 또한 헌법 제31조 제4항은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정당공천을 받고 교육경력이나 교육행정경력이 없는 시·도의원이 교육상임위에 배정되도록 한 개정안은 헌법에 위배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국회 법률안 심의과정은 법률안이 해당위원회에 회부되면 전체회의에 상정, 전문위원 검토보고를 듣고 위원들의 대체토론 후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한다. 법안심사소위는 안건을 심의하여 대안 또는 수정안을 의결해 전체회의에 심사 보고하여 축조심사나 찬반토론을 거친 후 표결을 통해 의결하게 된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아직까지 교육위 법안심사소위원회가 구성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통상적인 법률안 심의·의결과정에 의한다면 먼저 교육위 법안심사소위를 구성한 후 대안을 마련했어야 하는데도 여야 간사간 합의로 전체회의에서 의결하는 비정상적인 의결과정을 거친 것이다.
이번 개정안의 본격적인 적용은 2010년 지방선거부터이고, 시·도의원과 시·도교육위원의 4년 임기가 개시된 지 불과 몇 개월 지나지 않았다. 개정안과 같은 방식인 주민직선에 의해 선출된 제주특별자치도의 경우도 지난 9월 1일부터 임기가 시작되었기에 그 운영 현황을 지켜볼 필요도 있다. 결코 서두를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서두른 것인가. 바로 정기국회 이후의 정치일정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언급하면 2007년 12월 대통령 선거, 2008년 4월 국회의원 선거라는 정치일정과 관련 있다. 정기국회 일정이 끝나면 정치권은 정계개편의 소용돌이 매몰되고 유력한 대선 주자들은 본격적인 선거체제를 구축할 것이다. 교육문제는 대선 주자들의 당내 경선과 대선 공약의 핵심 사항중 하나이다. 교육단체들은 교육자치에 관한 사항 등 교육문제에 대한 대선 주자들의 분명한 입장공개를 요구할 것이고 대선 주자들은 그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하는 곤란한 상황이 올 것이다.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정치인들은 교육계가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사안에 대해 찬성할 수 없고 결국 시·도교육위 통합은 어렵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교육주체들이 강력히 반대의사를 천명하였고 개정안이 위헌논란을 가져올 수도 있는데도 그 흔한 TV토론도 한번 개최하지 않고 졸속으로 처리했다는 것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
교육에는 어떤 방식으로도 정치논리가 개입되어서는 안 된다. 교육은 백년 앞을 내다보는 계획이 되어야지, 아침저녁으로 뒤바뀌며 시류에 야합하는 즉흥적이고 편의적인 계획이 되어서는 더욱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