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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창가에서> 기말고사 단상

요즘 학교는 기말시험 기간이라 분주하다. 아이들이 긴장하는 만큼 나 자신도 덩달아 긴장하고 마음이 졸여온다.

모든 학교가 그러하겠지만 죽을힘을 다하여 가르치고, 힘을 다하여 배우는 것이 일상적인 풍경이다. 그렇게 열정적으로 가르치고 배운 학습의 결과물을 ‘시험’이라는 획일화되고 고전적인 방법으로 확인할 수밖에 없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어차피 사람의 그릇은 그 크기나 쓰임새가 각기 다른 법인데 말이다.

시험 결과가 발표되면 몸이 몹시 아픈 상태에서 시험을 치렀다거나 성적 외 그 아이만의 재능 따위는 철저히 무시되고 만다. 점수와 등수가 그 아이의 가치로 결정된다. 다만 공부 잘하는 학생과 공부 못하는 학생이 있을 뿐이다.

시험은 긴 삶의 여정에서 치러야 할 하나의 절차에 불과하다. 현재 눈앞에 보이는 결과중심의 즉흥적이고 근시안적인 잣대로 한 인간의 모든 것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 각기 받은 재능대로 최선을 다해가는 과정이야말로 진정 가치 있는 삶의 태도인 것이다. 숨이 차고, 상처가 나고, 때로 눈물이 흘러도 그것으로 인해 행복한 순간이 있었다면 원하는 것을 이루어낸 것이다. 그 치열했던 몸부림의 과정이 언젠가는 자신을 기쁘게 할 것이다. 가장 예민하고 열정적이고 풋풋한 학창시절이 아이들에게 기쁨으로 충만한 지적여행이 되길 나는 바란다.

오늘 시험을 보고 돌아온 아들에게 물었다. “시험은 잘 봤니?” “아니오, 망친 것 같아요. 시험도 내 인생도….” 보지 않아도 혼자 얼마나 아파했을지 짐작이 된다. 아이가 힘들어하는 순간에 내가 무슨 말로 위로해 줄 수 있을까.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단어들 중에 정작 아픈 아이를 위로할 어떤 근사하고 딱 들어맞는 적절한 치유의 말이 생각나질 않는다. 실패 속에서 교훈을 얻은 아인슈타인이나 ‘해리포터’를 쓴 조앤 롤링의 인생역전을 예로 용기를 줄 수는 없을까.

견딜 수 있는 만큼의 시련이 주어진다는 말, 죽을 만큼 힘들다고 느껴지는 순간도 곧 지나간다는 말이 입속에 맴돌아도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냥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만 했을 뿐이다. 때로는 어떤 말로도 위안이 되지 않는 순간이 내게도 있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시험이 끝나고 나면 모든 지친 학생들의 어깨를 가만히 두드려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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