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시험이 끝났다. 초등학교부터 12년에 걸쳐온 공부가 하루 시험으로 판가름 나는 것은 가혹한 현실이다. 해방감 못지않은 허탈감에 빠져있을 수험생들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가 없다. 팽팽히 당겨진 연줄이 끊긴 듯 공허해진 마음에 삶의 방향자체를 설정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기대보다 성적이 좋지 못한 경우엔 절망, 불안감에 자책감마저 들어 이러한 감정들을 잘 다스리지 못하면 주위에 대한 분노로 폭발하기도 한다. 심지어 우울증이나 자살 충동에 빠지기까지 하니 염려되지 않을 수 없다. 수능 이후에도 여전히 하루 7시간씩 편성된 정규수업 시간을 지침대로 운영하고 있는 학교는 대한민국에 없으리란 사실을 교육부도 알 테고, 관심 있는 학부모들도 잘 알고 있다. 학교교육의 정상운영 자체가 불가능함을 알면서도 뾰족한 대안 없이 아이들을 무작정 붙잡아두는 학교를 학부모들과 아이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수년간 간과해온 수능 이후 고3교실의 붕괴현상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정말 없단 말인가. 교육부와 학교 현장, 교사와 학부모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남은 몇 달간의 학교생활을 어떻게 진행해야 옳은가’에 대한 본질적이고 다면적인 접근을 하는 노력을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
요즘 학교는 기말시험 기간이라 분주하다. 아이들이 긴장하는 만큼 나 자신도 덩달아 긴장하고 마음이 졸여온다. 모든 학교가 그러하겠지만 죽을힘을 다하여 가르치고, 힘을 다하여 배우는 것이 일상적인 풍경이다. 그렇게 열정적으로 가르치고 배운 학습의 결과물을 ‘시험’이라는 획일화되고 고전적인 방법으로 확인할 수밖에 없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어차피 사람의 그릇은 그 크기나 쓰임새가 각기 다른 법인데 말이다. 시험 결과가 발표되면 몸이 몹시 아픈 상태에서 시험을 치렀다거나 성적 외 그 아이만의 재능 따위는 철저히 무시되고 만다. 점수와 등수가 그 아이의 가치로 결정된다. 다만 공부 잘하는 학생과 공부 못하는 학생이 있을 뿐이다. 시험은 긴 삶의 여정에서 치러야 할 하나의 절차에 불과하다. 현재 눈앞에 보이는 결과중심의 즉흥적이고 근시안적인 잣대로 한 인간의 모든 것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 각기 받은 재능대로 최선을 다해가는 과정이야말로 진정 가치 있는 삶의 태도인 것이다. 숨이 차고, 상처가 나고, 때로 눈물이 흘러도 그것으로 인해 행복한 순간이 있었다면 원하는 것을 이루어낸 것이다. 그 치열했던 몸부림의 과정이 언젠가는 자신을 기쁘게 할 것이다. 가장 예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