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광역 행정체제 출범을 둘러싼 광역지방자치단체 통합 논의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행정통합 입법 과정에서 지방교육자치의 제도적 위상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교육감 선출 방식과 초·중등교육 행정체계, 교육재정 구조와 학교·교원 특례 등이 주요 쟁점으로 제시되며, 행정 효율성 중심의 통합 논의에 교육자치 의제를 구조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공유됐다.
한국교육행정학회는 한국교육재정경제학회,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고민정 의원 등과 함께 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초광역 행정체제 전환 속 교육분권·자치의 방향과 대안’을 주제로 2026년 제1회 교육정책포럼을 열었다. 이날 포럼에는 교육부와 국회, 학계 관계자들이 참석해 초광역 행정체제 전환이 교육자치와 교육행정 전반에 미칠 영향을 중심으로 발제와 토론을 진행했다.
교육감 선출 방식과 관련해 발제에 나선 나민주 충북대 교수는 해당 논의가 단순한 제도 조정 차원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나 교수는 “교육감 선출 방식 변경은 단순한 제도 조정이 아니라 권력 구조 전체를 바꾸는 헌정적 설계 변경”이라며 “주민 직선제가 흔들릴 경우 단체장 중심의 교육 통제력이 확대되고 교육의 정치적 종속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초광역 통합 법안에서 러닝메이트제나 임명제 도입 가능성이 열려 있는 점을 언급하며, “초광역 1인 교육감 체제 아래에서는 대표성과 현장성을 보완할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교육감 증원과 권역별 책임 부여, 교육지원청 권한 강화를 통한 제도적 보완 방안을 제시했다.
행정통합 이후 교육재정과 법·제도 문제도 주요 논점으로 다뤄졌다.
김용 한국교원대 교수는 국세와 지방세 비율 조정 가능성을 짚으며, “국세·지방세 비율이 바뀔 경우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단순히 통합 이전 수준의 재정 보장만으로는 통합 지역의 교육격차 해소와 인프라 구축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행정통합 이후에도 안정적인 교육재정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교와 교원 영역에서는 초광역 행정통합 법안에 포함된 교육 특례의 방향성을 점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박수정 충남대 교수는 “초광역 행정통합 논의 과정에서 교원 인사와 관련한 특례가 다수 포함돼 있다”며 “정원 증원, 정원 외 기간제 교원 운영 허용 등은 지방정부의 재량을 크게 확대하는 조치”라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인사 특례가 지역 교육력 강화라는 정책 목표와 명확히 연결되지 않을 경우, 지역 간·학교 간 인사 불균형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또 “교원 인사 특례는 단기적 인력 운용의 유연성 확보를 넘어, 장기적으로 교원 전문성과 근무 안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함께 검토돼야 한다”며 “행정통합이라는 틀 속에서 교원 인사가 관리 편의 중심으로 운영되지 않도록 제도적 통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의 좌장을 맡은 고전 제주대 교수는 종합 정리를 통해 “초광역 행정체제 논의는 행정 효율성의 문제가 아니라 지방교육자치의 법적·제도적 위상을 함께 다루는 과정이 돼야 한다”며 “행정통합 입법 과정에서 교육자치가 구조적으로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환영사에 나선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행정통합 논의가 빠르게 진행되는 과정에서 교육행정은 어떻게 갈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다”며 “국회에서는 각 지역이 개별적으로 법안을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 공통의 기준이 될 수 있는 모델에 지역의 특성을 어떻게 더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도 축사를 통해 행정통합 논의의 의미를 언급했다. 최 장관은 “행정통합은 국가의 생존 전략을 새롭게 세우는 과정이 될 수 있다”며 “초광역 단위로 생활 기반이 재구성되면 지역 교육이 한 걸음 더 도약하는 디딤돌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