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지난 달 스승의 날을 맞아 ‘교원 사기진작 7가지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추진 배경을 보면 “극소수 교원의 촌지수수·학생체벌·성적조작 등 사안이 전체 교직사회 현상처럼 침소봉대되어 교원사기가 저하되었기 때문에” 그 대책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사기진작 대책의 글씨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인 지난 7일 ‘교원 금품향응 수수관련 징계처분기준’(이하 징계처분기준)을 일선 시·도 교육청에 내려 보냈다. 교육부는 “이보다 강화된 기준은 적용할 수 있으나 완화해서는 적용하지 못한다”고 쐐기를 박아 놓고 있다.
이미 언론에 보도되어 자세한 내용은 피하겠다. 주요골자는 10만원을 받고도 해임, 그 이상이면 파면까지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교원의 반발을 의식해서였는지 교육부는 “교육공무원은 특수직 공무원에 걸맞은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1999년에 촌지 15만원을 받은 혐의로 대구의 초등학교 교사가 법원으로부터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은 적이 있다. 지난 3월에도 부산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과 함께 159만 2천원 추징의 선고를 받은 바 있다.
이는 교육부의 징계처분기준이 ‘오버’라는 단적인 예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미 정부의 ‘공무원행동강령’ 에는 교사들이 각각 3만원이 넘는 사례와 식사 등의 향응을 제공받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촌지교사를 처벌할 근거가 있는데도 그렇듯 징계처분기준을 새로 마련한 것은 또다시 교원을 죽이려는 저의로 볼 수밖에 없다.
다 알다시피 김대중정부 이래 교원은 정년단축과 체벌금지 따위 설익은 대책 등에 의해 사기가 확 꺾인 바 있다. 참여정부 들어서도 대통령이 교원폄하 발언을 예사로 하며 실효성 없는 방과후 학교에만 집착하는 등 학교현장은 전혀 나아진 것이 없다.
일반고는 휴일에도 강제 자율학습 등 입시지옥에 시달리고 있다. 실업고는 정체성 위기에 내몰린 채 신입생 모집에 애로를 겪는 대학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 교사들 역시 갈수록 떨어지는 법정 정원율 등 격무가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같은 실업고 교사야 촌지의 ‘촌’ 자와도 전혀 상관이 없어 남의 이야기일 뿐이지만, 교육부의 ‘병 주고 약 주고’식 처신은 고약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예컨대 성과급은 다른 공무원과의 형평성을 찾고 촌지문제만 특수직 운운하는 발상도 가증스러워 보인다.
무엇보다 분통이 터지는 것은 전체 교원에 대한 매도이다. 예로부터 양손이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 ‘우리 아이 잘 봐달라’며 촌지를 내미는 학부모는 아무 잘못이 없고 교원만 해임·파면된다면 어느 누가 승복하겠는가.
교육부는 또다시 교원을 죽이려하지 말고 반성부터 해야 할 것이다. 초등학교 교실에 필요한 각종 비품을 학부모로부터 기증받는 경우도 있다는데, 열악한 학교여건이 교사만의 잘못인가. 또다시 교원을 죽이면 무너진 학교를 일으켜 세울 수 없다는 사실을 교육부는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