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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창가에서> 30년만에 떠난 수학여행

6월 초순 때 이른 무더위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지난 토요일 이런 무더위로부터 탈출을 감행하게 되었다. 초대를 받고 근 한 달 이상을 나는 만남에 대한 기대로, 설렘으로, 가슴 뿌듯함으로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은 나날을 보내야했다.

어느새 머리가 희끗희끗해진 이들의 입에서 다정한 말 한마디 “선생님”이라는 소리를 듣는 순간 30년 전의 일들이 마치 한편의 영화처럼 스쳐 지나갔다. 30년 전 그때 시골의 작은 초등학교에 다니던 아이들이 어느 새 불혹을 넘어 내 앞에 서게 된 것이다.

“네가 검게 염색을 하던지 내가 희게 염색하던지 해야겠다.” 나의 이 한마디에 집에 함께 했던 10여명의 제자들이 배꼽을 잡고 웃어댄다.

당시는 어려운 시절이라 수학여행을 가지 못했다. 그것이 이들이 나와 함께 만나게 된 이유였다. 늦어도 너무 많이 늦었지만, 30년 전의 ‘잃어버린 수학여행’을 되찾아보고자 지금은 없어져버린 부림초등학교의 그 옛날 친구들이 다시 모이게 된 것이다.

수학여행지는 국립해상공원인 충남 태안군에 위치한 마검포항이란다. 사전 답사를 다녀온 제자들은 환상의 수학여행 코스가 될 것이라면서 어서 나서자고 재촉했다. 끝없이 이어지는 제자들의 과거에 대한 회상과 무용담을 들으면서 마건포항구에 도착했다.

탁 트인 파란 바다와 발바닥을 간질이는 잘은 모래사장이 이어지는 해안 사구, 해풍을 맞고 그 푸름이 더해가는 소나무는 우리의 많은 이야기를 대신해주고 있었다.

40대 초반, 한창 바쁜 연배인 제자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이다. 서울에서 조금 늦게 도착한 병섭이는 차가 너무 막혀 늦었다면서 예전 버릇대로 머리를 긁적인다.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더니….’ 내일이 할머니 기일이라 식구들이 모두 집에 모이고 있는데 수학여행에 결석하지 않기 위해 달려왔다는 제자를 볼 때는 웃어야하는지 울어야 하는지 답이 나오지 않는다. ‘예전에도 엉뚱한 데가 참 많더니만.’

숙소에 도착해보니 주인이 친절하게도 ‘제9기 부림초등학교의 동창생들 반갑습니다’라는 종이를 숙소 정문과 입구, 방문마다 붙여놓아 여행을 더욱 뜻 깊게 해줬다. 그런데 슬슬 걱정이 됐다. ‘이놈들 밤새 자지 않고 같이 놀아달라고 할 텐데…. 이 방 저 방 왔다 갔다 하면서 무지 시끄럽게 할 텐데 어떻게 달래서 잘 재우지….’ 미리부터 걱정이다.

제자들은 한 술 더 떠서 점심식사가 끝나자마자 청백군 편 갈라서 피구를 하자, 야구를 하자 조른다. 소풍갈 때 마다 보물 한 번도 못 찾아봤으니 이번에는 꼭 보물찾기를 해야겠다는 녀석까지 있다. “아이고, 이 놈들아! 너희 선생님 이제 무지 하게 늙었거든? 30년 전 총각 선생님이 아니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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