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9일 4월 임시국회 파행의 요인인 사학법 재개정 문제와 관련, "여당이 양보하면서 국정을 포괄적으로 책임지는 행보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열린우리당의 양보를 요구, 사학법 협상의 막판 돌파구가 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핵심쟁점인 '개방형 이사제' 조항 손질 여부에 대한 여당의 최종 결정이 남아 있긴 하지만 노 대통령이 직접 중재에 나서 여당에 대승적 차원의 양보를 당부한 만큼 여야가 극적 타결을 볼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것.
여야는 당장 주말 원내대표단 비공식 접촉 등을 통해 사학법 물밑협상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당은 앞서 이날 오후 늦게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당의 방침을 결정키로 했다.
우리당은 일단 "내부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봐야 한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면서도야당과의 협상 가능성을 열어 뒀고, 한나라당도 주말 접촉 가능성에 대비해 원내 지도부 대기령을 내린 상태다.
특히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의 발언을 사실상 '개방형 이사제 조항 수정 약속'으로 받아 들이면서 여당과의 협상은 물론 주요 민생법안 처리에도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청와대 회동결과를 전해 듣고 "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의 회담이 잘 돼서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밝힌 것으로 이정현(李貞鉉) 부대변인이 전했다.
진수희(陳壽姬) 공보담당 원내부대표는 "노 대통령의 대승적 결단을 적극 환영한다"면서 "주요 민생법안 처리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사학법에 발목이 잡혀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비정규직 관련 입법과 금융산업구조개선법, 3.30부동산후속입법, 로스쿨법 등 주요 민생법안의 회기내 처리 가능성도 높아졌다.
4월 임시국회 회기가 내달 1, 2일 이틀 밖에 남지 않아 시간이 촉박하긴 하지만 '법사위 5일 경과규정' 등 정상적인 국회 절차를 무시할 경우 법안 처리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여당내 반발기류가 강해 사학법 협상 전망이 그다지 밝지는 않은 상황이다.
여당내 일부 교육위원들을 중심으로 노 대통령의 권고와 한나라당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강한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개방형 이사의 추천주체와 관련, 한나라당의 요구대로 '학교운영위원회와 대학평의회에서 선임한다'는 조항을 '학운위와 대학평의회 등에서 선임한다'로 수정할 경우 사학법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우리당 조일현(曺馹鉉) 원내수석부대표는 "노 대통령의 발언을 못들은 척 할 수는 없지만 현실적으로 한나라당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면서 "협상이 그렇게 쉽지 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논회(具論會) 의원도 "양보를 할 수 있는 게 있고, 없는 게 있다"면서 "개방형 이사제의 골간에 흠집을 내는 것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노 대통령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경우 사학법 협상은 진전없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우리당이 노 대통령의 권고를 무시하고 한나라당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우리도 협상에 응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