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비교적 아이들과의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다. 우리 학교 홈페이지에도 따로 ‘교장선생님과의 대화’ 코너를 만들어 놓았고, 또 시간만 있으면 아이들이 노는 벤치에 함께 앉아 아이들과 대화를 하곤 한다.
그 날도 등나무 밑 벤치에서는 2학년쯤 돼 보이는 남녀 어린이 여럿이서 놀고 있기에 살며시 다가가 벤치에 앉았다. 아이들은 서로 툭툭 어깨를 치고, 때로는 쫓고 쫓기며, 소리를 지르고, 도무지 정신이 없어 그냥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때 한 남자 아이가 상소리를 하며 소리를 버럭 지르고 눈을 부릅뜨는 게 아닌가. 마치 영화에서나 들을 법한 그런 욕을, 그것도 교장선생님이 곁에 앉아 있는데 말이다. 하도 어이가 없고, 혹시라도 누가 들을까봐 얼른 가까이 불러 앉혔다.
“얘, 너 그런 욕 어디서 들었니?”하고 물었더니 “우리 아빠도 그러던데요. 아빠가 운전하고 가는데 앞차가 비켜주지 않으니까 ‘XX, 저리 안 비켜?’하고 욕하던데요”하는 게 아닌가. 참으로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다시 아이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 아이들을 앉혀놓고 하나하나 이런저런 얘기를 들려줬다.
하지만 그 아이들이 욕설을 다시 하지 않을지는 의문이었고, ‘학교교육은 먼저 학부모교육이 우선이구나’ 생각했다. 가끔 우리 학교 홈페이지에서도 학부모나 어린이들로부터 “욕설을 근절시켜주세요”라는 민원을 접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욕설 정도는 가정교육에 미루고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아니, 특별한 해결책도 없었다는 게 솔직하리라. 그런데 이번에 아이들 입에서 직접 욕설을 듣고 나니 왜 어린이들이, 또 학부모들이 홈페이지에 들어와 민원을 제기했는지 새삼 알게 됐다.
우선 학부모교육부터 철저히 시켜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 첫 단계로 매달 ‘학부모 대상 가정과의 연계교육자료’를 보내기로 했다. 4월은 ‘우리말 고운말’로, 5월은 ‘우리 함께 인사해요’, 6월은 ‘우리 서로 칭찬해요’ 등으로 말이다. 이렇게 나가다보면 언젠가는 아이들에게서 욕설이 없어지겠지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