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도 희망찬 새 학년을 맞이했다. 그런데 이때가 되면 아이들과는 달리 우리 선생님들은 그야말로 죽을 마음이다. 심지어 어떤 선생님은 “이때만 차라리 몸이 아파서 좀 쉬었다 나왔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할 지경이다.
무슨 위원회는 왜 그렇게 많이 만들라고 하는지 정말 알 수가 없다. 요즘 우리 선생님들 얼굴에서는 웃는 얼굴을 찾아 볼 수가 없다. 그런데 어찌 신나고 즐겁고, 머물고 싶은 학교, 학급을 만들 수 있겠는가.
신학기에 구성해야 할 업무 중 가장 힘든 업무가 있다면 학교운영위원을 뽑아 위원회를 구성하는 업무이다. 학교운영위원회는 95년 ‘5.31 교육개혁’과 동시에 법제화된 조직으로 11년이 지난 지금 각급학교에서는 그 역할이 미미 할 뿐 아니라,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학부모들도, 교사들도 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생각 같아선 차제에 다른 방안으로 대체하던지 아니면 차라리 없앴으면 하는 조직이다.
엊그제 우리학교도 운영위원회 구성을 겨우 마칠 수 있었다. 작년에도 학부모들이 경쟁을 위한 후보자 소감 발표를 근본적으로 싫어하는 데다, 특히 운영위원을 할 사람이 없어 올해는 지난 2월 운영위원회를 열어 학년에서 1명씩, 모두 6명을 반 강제로 채우려고 회칙을 간접선거제도로 바꾸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어느 날 교육청회의에 참석했더니 직접선거를 하라고 강력히 지시하는 게 아닌가.
그래서 결국 직접선거를 하기로 하고, 가정통신문을 직접선거로 고쳐서 보냈더니 학부모 위원 정수 6명중 3명만이 신청을 한 것이었다. 다시 여기저기 알만한 학부모에게 전화를 해서 결국 겨우 6명을 채울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지역위원 2명이었다. 누구도 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와 앉아있기만 해도 좋으니 이름만 올려 달라 겨우겨우 통 사정을 해서 올해 운영위원회를 겨우겨우 구성하기에 이르렀다.
엊그제 학운위에 관한 3월 13일자 한국교육신문 기사를 봤다. 그런데 그 기사내용 역시 나의 생각과 별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직접 격고 있는 실무 관리자로서 생각해볼 때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다는 게 나의 주장이다.
문제는 교사나 학부모 누구든 우선 학운위원에 들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왜 하고 싶겠는가. 회의 한답시고 시시콜콜 따지다 보면 오히려 밉보여 자녀에게 불이익이 갈까 걱정이고, 그렇다고 의결기구나 돼서 보람이나 있나, 아니면 수당을 주길 하나, 괜히 회의 소집하는 날 시간만 빼앗겨 하는 일만 터지는데 누군들 학운 위원이 되고 싶겠는가.
그래서 지금 학교에서는 운영위원 숫자 채우기 조차 힘든 실정인 것이다. 그런데 이를 모르고 마치 학부모나 교사들이 서로 경쟁적으로 학운위원이 되려고 다투는 것으로 알려진 현실이 안타깝다. 물론 그렇지 않은 학교도 있으리라 믿는다. 발전적으로 잘 운영되고 있는 학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학교들조차 대부분은 선거나 개인사업에 이용할 목적이 있는 이들이 그 목적을 위해서 헌신적으로 활동을 하기 때문에 그나마 운영된다고 본다.
진정으로 학운위의 역할이 필요하다면 학교장을 중심으로 구성된 교무회의를 법제화하여 교사들이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했으면 한다. 그게 가장 큰 혁신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