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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학교야 안녕…시골학교 마지막 졸업식

'학교야 이제 안녕, 그동안 고마웠어 책상아..'

올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영선중학교 1학년이 되는 미주가 '백합반' 교실을 가만히 들여다보다 고개를 떨군다.

16일 오전 전북 고창군 무장면 만화리 신왕초등학교에서 열린 마지막 졸업식.

2층 건물에 교실도 8개 뿐인 이 시골 학교가 올해로 26회 졸업생을 낳고 1975년개교 이후 30년만에 폐교하게 됐다.

성미주(13)양 외에 6명이 학교를 떠나면 전교생은 4명만 남게 돼 지난해 3월 학부모 등이 폐교를 희망하는 의견서를 고창교육청에 제출, 승인을 받았다.

"또래 친구들이 없을까봐 아이보다 제가 더 폐교를 희망했었는데 막상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하니 마음 한켠이 짠합니다."
마땅한 강당이 없어 빈 교실에서 열린 이날 졸업식이 시작되자 먼저 눈시울을 적신 쪽은 학생들이 아닌 학부모들.

29살인 큰딸부터 이날 졸업한 막내 설경한(13)군까지 7남매를 모두 신왕초등학교에서 졸업시킨 설동관(56)씨는 "학교는 아이들 뿐만 아니라 마을 주민들에게도 마을회관처럼 정든 장소"라고 말했다.

3명의 교사와 함께 학교를 이끌어온 고영태(57) 교장도 이날만큼은 "신왕초교가원대한 꿈을 실현하지 못하고 문을 닫게 됐다"고 회고사를 남길 때는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지 못했다.

이날 졸업식에는 올해 졸업생 6명을 포함, 이 학교를 거쳐간 동문 638명중 1회 졸업생 2명 등 동문 10여명이 경기도 양평, 전남 광주 등에서 먼 길을 달려와 아쉬움을 함께 했다.

이건록(40) 씨는 "저희 손으로 처음 문을 열었던 모교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지만 각자의 마음 속에는 영원히 담아두기로 했다"고 말했다.

졸업장이 수여되고 무장면장상, 학교장상 등 학생 수에 비해 넘쳐나게 많은 상장이 1명당 많게는 서너장씩 돌아가면서 마냥 들떠만 있던 6학년들도 졸업식 노래를 부르다가는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졸업생 김민경(13)양은 "우리학교가 폐교가 된다니 안 믿어진다"며 눈가를 훔쳤다.

신왕초등학교의 마지막 졸업생 6명은 이날 '사람들을 지켜주는 경찰이 되고 싶어요', '담임선생님 같은 교사가 되겠습니다'라고 적힌 쪽지를 모아 타조알 크기의 황금색 플라스틱 타임캡슐에 담았다.

이들은 졸업식이 끝난 후 본관 앞뜰에 땅을 파 타임캡슐을 묻고 30년 후에 다시 찾아와 열어보기로 약속했다.

어른으로 자라 서로의 꿈이 이뤄졌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유년 시절 추억을 담은 시골 모교가 폐쇄되지 않고 영원히 마을주민들의 곁에 남아 있기를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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