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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일흔에 이룬 '할머니 여고생'의 꿈

"내 나이 일흔에 여고 졸업생이 되는 꿈을 이뤘구먼."

곱게 차려 입은 분홍 한복도, 손자가 '축하한다'며 전해준 장미 꽃다발도 일흔 나이에 고등학교 졸업장을 손에 쥐게 된 '할머니 여고생'의 함박 웃음보다 빛날 수는 없었다.

8일 전북 전주시 도립 여성중.고등학교에서 열린 제6회 졸업식에서 최금자(70.전주시 아중리)할머니는 입학 8년만에 정규 중.고등 교과 과정을 이수하고 2005학년도 졸업생 78명 가운데 최고령자로 당당히 졸업증서를 거머쥐었다.

"할아범은 30년 전에 세상을 떠났지. 6남매를 혼자 키우면서 대학 공부까지 다 시켜놓고 시집 장가도 보냈고. 근데 텔레비전을 볼 때마다 남들 공부하는 모습이 왜 그렇게 부러웠는지 몰라."
최 할머니는 지난 98년 성인 여성을 대상으로 만학의 기회를 제공하는 전북도립여성중.고등학교가 도내 처음으로 설립되자 신문 광고를 보고 직접 입학 신청을 했다.

입학 동기들이 6년 만에 졸업장을 받고 학교를 떠났지만 최 할머니는 손자.손녀가 줄줄이 태어나고 집안 살림이 바빠지면서 2년간 졸업을 늦춰야 했다.

"6.25 전쟁도 겪은 몸인데 자식들도 하는 공부 나라고 못하겠냐고 생각했지. 막상 해보니 숙제도 어렵고 시험 때는 밤도 새고 고생 많았소.(웃음)"
최 할머니는 6남매 밑으로 12명의 손자.손녀를 두고 있지만 8년 동안 한번도 숙제를 맡기거나 '과외 교습'을 부탁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 맏손자인 황인욱(16)군의 설명.

황 군은 "할머니와 동시에 초등학교에 입학해 그동안 '라이벌' 사이로 지내왔다"며 "하지만 할머니가 한번도 학교 숙제를 대신 해달라고 말씀하신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담임선생님인 심진아(43.여) 상담교사도 최 할머니를 도립여중.고교의 '맏언니'라고 소개한다.

심 교사는 "최금자 학생은 전교생 사이에서 '맏언니'로 통했다"라며 "체육대회마다 빠지지 않고 참석해 20대의 나이 어린 동기들 못지 않게 적극적인 학습 태도를 보였다"고 전했다.

최 할머니는 6년 동안 결석일이 모두 5일을 넘지 않고 봉사활동도 교내.외에서 활발하게 펼친 점을 인정받아 이날 졸업식에서 졸업증서 외에 3년 정근상과 선행상을 각각 수상, '3관왕'에 오르게 됐다.

졸업 후 진로를 묻자 최 할머니는 "대학에 가겠다고 하면 거짓말이고 학교에서 배운 영어로 미국인인 막내 사위와 '하우아유' 한번 마음 편히 해보고 싶다"며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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