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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마술 할아버지'가 된 퇴직 교육장

"와, 짱이다! 그거 어떻게 한 거예요?"

마술사의 손에서 연기와 함께 생겨난 꽃송이를 보고 공부방에 모여앉은 아이들은 박수까지 치며 감탄사를 내뱉는다.

검정색 망토와 모자, 우스꽝스러운 안경까지 걸치고 영락없는 마술사로 분장한 사람은 전 인제교육장 정진완(67)씨.

정씨는 지난 2000년 퇴직 이후 배우기 시작한 마술로 3년째 강원도내 소규모 벽지 학교와 공부방 등을 찾아다니며 마술 봉사를 펼치고 있다.

중.고등학교 과학선생님에 악명높은 학생과장만 10년을 한 '호랑이 선생님'이었지만 이제는 아이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친근한 '마술 할아버지'로 불린다.

정씨는 어린이들에게 단지 마술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가르침도 주고 꿈도 심어준다.

6.25전쟁의 와중에 초등학교를 다녔던 그는 당시 어느날 학교에 찾아온 한 마술사가 실로 자장면을 만드는 모습을 본 이후 맛있는 음식을 뚝딱 만들어내는 그야말로 '꿈만 같은' 마술사를 오랫동안 동경했다고 한다.

그는 그후 몇십년이 지나 자신이 정말로 마술사가 되었다며 "열심히 노력하면 꿈은 반드시 이뤄진다"고 말해주자 모여앉은 아이들의 눈이 초롱초롱해진다.

자비로 마술을 배우고 마술도구를 사 모으고 무거운 마술도구를 싣고 도내 곳곳을 다니는 일이 쉽지만은 않지만 이렇게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고 해맑은 웃음을 들으면 절로 보람이 생긴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늙은이를 누가 반겨주겠어? 그래도 시골 학교에 가면 애들이 정말 즐거워하면서 사인까지 해달라고 한다니까"라면서 "그게 정말 행복한 거지"라고 덧붙였다.

퇴직 후 오히려 더 활기찬 삶을 사는 정씨는 퇴직 교원들의 봉사 모임인 금빛평생교육자원봉사단의 강원도 회장을 맡고 있고 청소년 선도에도 끊임없는 관심을 보여 최근에는 한국청소년상담자원봉사단협의회 전국회장에 선출되기도 했다.

틈만 나면 학생들과 대화할 기회를 갖는다는 정씨는 "요즘 애들이 점점 목표없이 안일하게 사는 것 같아 정말 안타깝다"며 우려했다. 장장 40년간의 교단 생활도 모자라 퇴직 후에도 학생들을 찾아다니는 정씨는 학생들에 대한 깊은 애정을 마술로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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