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서는 점점 많은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정학이나 퇴학 처분을 논의하는 학교 징계위원회에 변호사를 참석시킴으로써 징계위원회가 미니 법정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뉴질랜드 일간 프레스가 26일 보도했다.
신문은 자기 자녀들이 교칙을 어겨 징계 사유로 학교 운영위원회나 교장 앞에 불려가게 됐을 때 법적인 대리인을 내세울 수 있는 권리가 학부모들에게 있는 만큼 교장들이 이를 문제 삼지는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그러나 변호사들의 개입으로 학교 징계위원회가 더 융통성이 없어지고 어떻게 하면 학생들의 잘못된 행동을 바로 잡을 것이냐 하는 문제를 논의하기 보다는 징계를 받지 않고 넘어가는 데만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뉴질랜드 학교장 연합회의 팻 뉴먼 회장은 학교 징계위원회에 변호사들이 참석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징계 절차가 보다 합리적으로 이루어지는 측면은 있다고 말하고 그러나 변호사들의 개입으로 학교와 학부모들 사이에 장벽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무엇보다 걱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부정적인 측면을 굳이 부각시키고 싶지는 않다"면서 "그러나 만일 그런 일이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학교 징계위원회가 법정과 다를 게 없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만일 자기 자녀가 정학처분을 받았다면 거기에는 뭔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부모들이 학교 당국과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풀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게 더 교육적이라는 걸 깨달아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크라이스트처치 고등학교의 트레버 매킨타이어 교장은 학교 징계위원회에 변호사들이 개입하는 건 이 사회에 얼마나 소송이 많아지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지적하면서 원래 징계 위원회는 융통성이 많은 회의로 학교와 학부모들이 힘을 합쳐 노력하면 학생들에게 가장 좋은 문제 해결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변호사들의 개입으로 오로지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 흑백을 가리는 법정과 다를 게 하나도 없는 장소가 돼버렸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한편 캔터베리 지역사회 법률지원협회의 한 변호사는 학교 징계위원회 회의와 관련해 자문을 구하러 법률지원협회를 찾아왔던 학부모들이 지난 3개월 동안 10여 명 정도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