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수준(world class)을 넘어 세계를 주도하는 수준(world leading class)이 되려면 지금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며, 집중과 선택을 위한 결단도 필요하다." 지난달 하순 한국을 방문해 서울대 물리학부에 대한 현장 심층 실사를 실시했던 해외 석학들의 진단을 오세정 서울대 자연대 교수는 이렇게 전했다.
맬컴 비즐리 스탠퍼드대 석좌교수, 짐 랭어 미국 과학한림원 부총재, 짐 시그리스트 로런스 버클리 국립연구소 고에너지분야 연구단장 등 3명은 지난달 하순 내한해 교수, 학생, 직원 등과 인터뷰를 실시한 뒤 이런 의견을 내놓았다.
외부평가위원들은 "서울대 물리학부가 학과 개설 60년도 되지 않아 세계 수준에 오른 것은 놀랄만한 일"이라며 지금까지의 발전 속도에 대해서는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는 것.
그러나 이들은 "서울대가 특정 분야에서 세계를 주도하는 수준이 된다는 것은 전 세계 연구자들이 서울대에서 무슨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지 주목하고 이를 따라가려고 노력한다는 의미"라며 "서울대 물리학부는 아직 이런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또 "특정 분야들이 세계 주도 수준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규모의 투자가 필요한데 과연 (정부와 대학 당국이) 이를 실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오 교수가 전했다.
학제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학문간 평등주의 풍토가 심한 데다 지난 10년간 부교수 승진 탈락으로 종신 임기를 받지 못하고 물러난 경우가 한 차례도 없을 정도로 '온정주의적'인 풍토에서는 선택과 집중이 어렵다는 게 외부평가위원들의 진단이다.
임용 분야가 지나치게 세분되고 경직된 상태로 운영되고 있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정말 똑똑한 사람'을 뽑으면 상황에 따라 자신들이 알아서 연구 분야를 조정해 나가기 때문에 굳이 세부 영역간 밥그릇 싸움을 임용 단계부터 할 필요는 없으며 유능한 사람을 뽑고 경쟁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충고도 나왔다.
서울대 자연대는 산하 모든 학과 및 학부에 대한 해외 석학들의 평가를 받기로 하고 올 6월부터 분야별로 현장 실사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한 최종 종합 보고서는 11월께 나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