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교육의 질 저하로 기업들이 수학과 과학 분야의 마땅한 인재를 공급받지 못하는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 제너럴 일렉트릭(GE), 인텔, IBM 등 10여 개 굴지 기업들이 중등 교육 개선을 위해 매년 30억 달러(3조1천250억원)를 지출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4일 보도했다.
이 통신에 따르면 미 상공회의소가 오는 5~7일 워싱턴에서 주최하는 기업교육 네트워크(BEN) 정상회의에 주요 미국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 주와 지방 정부의 교육 책임자들과 영재 교육을 위한 산학 협동 개선 방안 등을 집중 논의한다.
이번 회의는 지난달 전미 제조업자 협회(NAM)가 '미국 노동력의 위기' 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교육의 질 저하로 전 지구적 기술 경쟁에서 미국이 밀려 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데 이어 열리는 것이다.
협회는 미국 근로자들에게 21세기에 필요한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기 위해 작성한 이 보고서에서 "기술의 급속한 변화, 특히 아시아로 부터의 격심한 지구적 경쟁이 미래에 대한 불안을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런 불안을 완화하고 경제를 튼튼하게 유지, 성공적으로 경쟁하기 위해서는 미국을 혁신해 더 잘 교육받고 숙련된 노동력을 집중적으로 개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 8학년 학생들의 수학 능력이 전세계 19위로 "한국, 일본, 대만과 같은 아시아 국가들은 물론, 불가리아, 체코, 슬로베니아와 같은 동구 국가들의 학생 보다도 못하다"고 협회는 지적했다.
아울러 "21세기로 접어들면서 중국이 미국 보다 3.5배나 많은 엔지니어를 졸업시키고 특히 미국 경제력의 10%도 안되는 한국이 미국과 비슷한 수의 엔지니어를 배출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엔지니어는 갈수록 적어지고, 경쟁국들은 더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년 전만 해도 미국, 일본, 중국은 7만3천~8만명 사이의 엔지니어를 냈고 한국은 불과 2만8천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2000년에는 ▲중국 20만7천500명(161% 증가) ▲일본 10만3천200명(42% 증가) ▲한국 5만6천5백명(140% 증가)으로 각각 늘어난 반면 미국은 20%가 감소한 5만9천5백명에 불과했다.
협회는 자질있는 인력의 부족으로 올해 미국 제조업체의 1/3이 빈자리로 남아 있는 상황이 오는 2010년에는 빈 자리가 전체 실직률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인식한 많은 미국 기업들이 유치원 때부터 12학년까지의 중등 교육 과정에 매년 30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는 것.
지멘스 AG 미국 지사의 경우 매년 미국 전역에서 과학 박람회를 열고 있으며, 글락소 스미스 클라인은 직원들이 나서서 개인 교습까지 하고 있다.
유명 의류회사인 GAP은 도심지 고교의 학업 성과 개선을 위한 '지식이 힘 프로그램'(KIPP)을 지원하고 있다.
이번에 열리는 BEN 정상회의에서는 기업인들이 막연하게 컴퓨터, 종이 등 기자재를 지원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지원해 줘야 할 것인 지를 집중적으로 토론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통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