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국어대(총장 안병만)가 차기 총장 선거를 놓고 선거권을 가진 교수들만의 선거를 주장하는 교수협의회와 교직원ㆍ학생 등 학내 구성원의 참여를 요구하는 노조가 첨예하게 대립해 내홍이 예상된다.
내년 2월로 다가온 현 안병만 총장의 임기만료를 앞두고 교수협의회는 관행대로 교수들로 구성된 '총장후보 선출위원회'를 발족하고 선거준비에 들어간 반면 노조와 학생회는 학교 구성원이 참여하는 민주적 총장선출을 요구하고 나선 것.
한국외대는 학내 문제로 재단 이사장이 구속되는 등 6년여 간 임시이사 체제로 운영되다 지난해 공영재단을 설립하면서 재단 정상화에 성공했다.
같은 해 5월 이 대학 노조와 재단간 '차기 총장선출시 학교 구성원이 참여하는 민주적 총장선출제도를 대학 평의원회에서 마련한다'는 사항을 단체협약으로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노조는 이번 총장 선거에 학교 구성원이 참여할 수 있는 제도마련을 요구했으며 대학 평의원회는 현 총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노조와 학생회, 교수협의회 등으로 구성되는 '총장후보선출 준비위원회'를 구성키로 했다.
그러나 교수협의회는 '유명무실한 평의원회의 결정사항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준비위원회에 불참할 것을 대학 총장과 재단 이사회측에 통보했다.
교수협 관계자는 "단체협상은 재단과 노조간 합의사항일 뿐 교수에겐 적용되지 않으며 총장 선출까지 남은 시일이 짧아 재논의가 어려운 데다 평의원회가 법적 근거가 없는 조직이기 때문에 노조측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교수협은 지난달 23일 개최한 정기총회에서 11월11일 총장 후보 선출투표를 실시하는 총장후보 선거일정을 확정하고 이달 14일 독자적으로 총장 후보 선출 준비위원회를 발족했다.
교수협과 노조 간의 이 같은 첨예한 대립에도 불구하고 재단측은 아직은 느긋한 입장이다.
재단 관계자는 "교수협에 대해 재단이 제재할 권한이 없다"며 "교수협도 임의단체이지만 그동안 관행에 따라 선거를 주관했던 만큼 이번에는 학교 구성원이 자율적으로 합의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노조측은 "재단과 노조가 합의한 사항이 지켜지지 않은 것은 단체협상의 위반"이라며 쟁의행위에 돌입키로 하고 26일부터 매일 낮 12시에 집회를 벌이는 한편 다음달 4일부터 전면파업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1998년 재단 이사장이 구속되는 등 초유의 학내분규를 겪었던 한국외대가 지난해 재단 정상화를 겨우 이뤄낸 지 1년만에 또다시 총장선거를 둘러싸고 벌어진 분쟁은 조만간 해결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