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는 22일 열린우리당 정봉주 의원이 제기한 대입 면접ㆍ구술고사 출제 문항의 '베끼기 의혹'에 대해 "수백∼수천년 묵은 기본 원리를 묻는 문제여서 유사성 논란 자체가 무의미하다"며 정면 반박했다.
정 의원은 "2005학년도 서울대 특기자전형에서 공대 지원자들에게 출제됐던 것과 유사한 문제가 해외 수학경시대회 대비용 서적에 이미 실려 있었으며 이는 과학고 학생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며 '베끼기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서울대 입학관리본부가 이날 연 기자 브리핑에서 이종섭 입학관리본부장은 "정 의원이 거론한 책은 출제 당시 참고 목록에 들어 있지도 않았다"며 '베끼기 의혹'을 정면 부인했다.
그는 "8박 9일간의 출제 및 검토 과정에서 기존 교재 및 참고서 200여종과 기출문제와의 중복 여부를 따졌으나 정 의원이 거론한 책은 경시대회 대비용 서적 중에서도 지명도가 높지 않은 것이어서 검토 대상에 오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대 특기자 전형에서 특목고 학생은 66명이 합격했으나 일반고 학생은 이보다 훨씬 많은 90명이 합격한 점으로 봐서도 '과학고 학생들만 풀 수 있는 문제였다'는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해당 문제를 출제한 교수진의 신원을 공개치 않았으며, 수리과학부 교수 2명이 관련 사항을 대신 답하도록 했다.
기하학을 전공한 김홍종 수리과학부 교수는 "다면체에 대한 연구는 고대 플라톤 시대부터 있었으므로 2천500년도 넘은 분야"라며 "벡터 관련 개념도 매우 오래 전부터 있었고 개념이 확고히 정립된 때부터 따져도 200∼300년이 됐으므로 이런 문제는 최소한 수백년 전부터 나와 있던 셈"이라고 말했다.
김도한 수리과학부 학부장은 "해당 문제는 고교 수학 및 물리에 자주 나오는 기본적인 벡터 개념을 다각형과 다면체에 적용한 것으로, 단계적으로 문제에 접근할 수 있도록 소문항으로 문제를 나눠 힌트를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워낙 기본적인 원리를 묻는 것이라 참고 여부나 문제의 유사성을 논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며 "굳이 따지자면 거론된 책 외에도 심화과정을 공부하는 고교생 등을 위한 기초 미적분 및 해석기하학 책 여럿에 유사한 문제가 실려 있으나, 이를 참고한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사한 문제가 국내 참고서에 실려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김 학부장은 "일일이 점검해 보지는 못했으나 안 실려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국내 참고서들은 문제당 약 2분밖에 주지 않는 5지선다형 수능 수학 대비용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며 "이런 체제에서는 기본 개념을 묻는 증명 문제를 참고서들이 비중있게 다룰 이유가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