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2026.11.02 (월)

  • 맑음동두천 14.9℃
  • 맑음강릉 18.3℃
  • 황사서울 14.2℃
  • 맑음대전 17.5℃
  • 맑음대구 17.2℃
  • 맑음울산 17.3℃
  • 맑음광주 17.4℃
  • 맑음부산 18.8℃
  • 맑음고창 16.8℃
  • 황사제주 20.1℃
  • 맑음강화 14.4℃
  • 맑음보은 15.2℃
  • 맑음금산 15.2℃
  • 맑음강진군 18.1℃
  • 맑음경주시 16.8℃
  • 맑음거제 17.6℃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제언·칼럼

할로윈 축제의 교육적 재해석

​매년 10월의 마지막 밤이 오면 거리는 기괴하고도 화려한 유령과 괴물들로 메워진다. 아이들은 손에 호박 바구니를 들고 집집마다 벨을 누르며 “트릭 오어 트리트(Trick or Treat)”를 외치고, 청년들은 평소의 모습을 벗어던진 파격적인 의상(Cosplay)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한때 특정 문화권의 전유물이었던 할로윈(Halloween)은 이제 국경과 인종을 넘어 전 세계가 함께 즐기는 글로벌 축제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할로윈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복잡미묘하다. ‘상업주의의 침투’, ‘외래문화의 무분별한 수용’, 혹은 ‘위험하고 무질서한 유흥’이라는 비판적 시각과 ‘자유로운 자기표현의 장’이자 ‘글로벌 문화 체험’이라는 긍정적 시각이 팽배하게 맞서고 있다.

 

할로윈을 단순히 즐기고 소비하거나, 혹은 반대로 배척해야 할 외부 문화로만 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할로윈의 뿌리를 깊이 탐구하고, 왜 세계가 이 낯선 축제에 열광하는지 파헤치며, 나아가 한국 사회와 교육 현장에서 이 축제가 갖는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재발견해야 할 시점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근래 새롭게 할로윈 축제의 모습을 다시 쓴 참극의 역사가 우리에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할로윈 축제를 즐기던 2022년 10월 29일 발생한 서울 이태원 골목의 압사 사건으로 무고한 젊은 생명이 지금까지 159명에 달하는 희생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올해 그 4주기를 맞이하며 아직도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집회와 함께 곳곳에서 추도회를 열고 있다.

 

​할로윈의 뿌리는 약 2000년 전 고대 켈트족(Celts)의 신년 맞이 제의인 ‘삼하인(Samhain) 축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켈트족에게 11월 1일은 한 해의 시작이자 겨울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그들에게 겨울은 수확이 끝난 죽음과 어둠, 그리고 혹독한 추위의 계절이었다.

 

켈트족은 한 해가 끝나고 새해로 넘어가는 10월 31일 밤,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이승으로 유령과 악한 영혼들이 돌아온다고 믿었다. 그들은 악령이 자신에게 해를 미치지 못하도록 스스로 괴물이나 악마의 모습으로 분장하여 악마들을 속였고, 마을 어귀에 음식을 차려놓아 영혼을 달래고자 했다. 이것이 오늘날 할로윈 의상과 “트릭 오어 트리트”의 기원이라 믿는다.

 

​8세기경, 로마 가톨릭교회가 11월 1일을 ‘모든 성인의 날(All Saints' Day 혹은 All Hallows' Day)’로 지정하면서, 그 전야인 10월 31일이 ‘올 해로우즈 이브(All Hallows' Eve)’라 불리기 시작했고, 이것이 축약되어 오늘날의 ‘할로윈(Halloween)’이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원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그것은 명확하다. 할로윈은 본래 죽음, 어둠, 두려움이라는 인간 본연의 공포를 피하거나 금기시하는 대신, 공동체가 함께 가면을 쓰고 밖으로 나와 춤추고 유희함으로써 그 공포를 극복하려 했던 상징적 정화, 즉 카타르시스(Catharsis)의 지혜라고 할 것이다.

 

​유럽의 작은 켈트 문화에서 시작된 축제가 미국을 거쳐 전 세계 축제로 확산된 배경에는 현대 사회가 갈망하는 문화적 열망이 숨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첫째, 직업적 가면(Persona)의 탈피와 자기표현의 자유이다. 심리학자 칼 융(Carl Jung)이 지적했듯, 현대인은 사회적 역할이라는 엄격한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할로윈은 1년 중 단 하루, 통제된 일상을 벗어나 자신이 꿈꾸는 영웅, 혹은 대면하기 두려웠던 내면의 욕망을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안전한 놀이터를 제공한다.

 

​둘째, 경계를 넘는 연대감과 대중문화의 융합이다. 오늘날의 할로윈은 전통적인 유령 놀이에 그치지 않고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 글로벌 팝 문화(Pop Culture)의 캐릭터들이 한데 섞이는 광장이 되었다. 언어와 국경은 달라도 같은 캐릭터 의상을 입는 것만으로 세계인은 유대감을 느끼며 하나의 ‘문화적 허구성(Cultural Fiction)’을 공유하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할로윈은 2000년대 이후 유아 영어교육 기관(유치원, 어학원)과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한 대중 상업 공간(이태원, 홍대, 놀이동산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하지만 급격한 수용 과정에서 정작 축제가 가진 ‘공동체적 치유’와 ‘문화적 역사성’은 제거된 채, 순수한 상업적 소비나 유흥으로 넘기는 경향이 짙었다.

 

​특히 최근 수년간 한국 사회는 할로윈이라는 공간에서 씻을 수 없는 아픔과 위험을 경험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할로윈을 아예 통제하거나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그러나 교육학적 시각에서 질문을 던져야 할 필요가 있다.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문화를 금지할 것인가, 아니면 문화의 본질을 올바르게 이해시키고 안전하며 성숙하게 즐기는 길을 안내할 것인가?” ​교육은 위험을 거두어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위험과 낯섦 속에서 시민적 가치를 일깨우는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를 키워주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현대인들에게 할로윈 축제가 지닌 의미를 살리되 안전 의식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국가의 책무가 공조 체계를 이루어 젊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남녀노소가 나름 일상의 스트레스와 삶의 고역에서 서로를 위로하고 존중하며 웃고 즐기는 행복한 축제로 만들어가는 세계 시민의식이 함께 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