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떠 잠들 때까지 마주하는 이미지들, 수만 명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무대 위의 장면들. 최근 개막한 두 편의 전시는 서로 다른 매체로 같은 질문을 던진다. 사진가 마틴 파와 아티스트 에스 데블린의 전시에서 관객은 작품을 바라보는 동시에 작품의 일부가 된다.

회고전 <마틴 파:We Are Martin Parr>
인스타그램, 광고, 스냅사진… 아침에 일어나 다시 잠들때까지 마주치는 각종 이미지는 우리의 눈을 지배한다. 세계적인 사진가 마틴 파는 이러한 이미지에 담겨있는 동시대적인 감각을 포착해온 작가다. 날카로운 관찰력을 바탕으로, 강렬한 색감과 특유의 유머감각을 녹여낸 그의 작품들은 동시대 사람들의 욕망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마틴 파:We Are Martin Parr>는 작가의 초기 작업부터 말년에 이르기까지 14개 시리즈와 500여 점의 작품을 아우르는 대규모 전시다. 전시에는 안타까운 사연도 있다. 생전 작가가 서울시립 사진미술관과 공동으로 대규모 전시를 준비하던 중, 지난해 12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게 되면서 특별전이 아닌 회고전 형식으로 열리게 된 것.
갤러리는 마틴 파 특유의 채도 높은 사진으로 경쾌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작가는 1980년대 이후 팽창한 소비문화, 대중관광의 풍경에서 영감을 받았다. 전 세계의 관광지와 스포츠 경기장, 패스트푸드점과 활기 넘치는 거리를 담으며 사람들이 이미지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을 기록해 왔다. 선글라스 차림으로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 마트에서 쇼핑을 즐기는 이들, 음식을 먹거나 사진을 찍는 사람들 등 사진 속에 등장하는 평범한 이들의 모습을 통해 작가는 우리가 지닌 욕망과 취향, 소비와 행동 방식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전시에서는 한국과 북한의 모습도 만날 수 있다. 전 세계를 넘나드는 사진가 그룹 '매그넘 포토스'의 일원으로 활동했던 마틴 파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남과 북의 모습을 카메라로 담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생전에 출판한 총 90권의 사진집도 만나볼 수 있다. 사진집과 관련된 작업도 함께 전시되어 의미를 더한다.
7월 16일~10월 18일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전시 <세 번째 시: 에스 데블린, 다시 집으로>
비욘세, 아델, 켄드릭 라마, 더 위켄드 등 세계적인 뮤지션들의 무대를 완성한 또 하나의 주인공이 있다. 바로 영국 출신 아티스트 에스 데블린이다.
그는 왕립오페라하우스의 오페라·연극 작품을 비롯해 2012년 런던 올림픽 폐막식, 2022년 슈퍼볼 하프타임 쇼에서 뇌리에 남을 상징적인 장면을 만들어온 작가다. 2016년부터는 공연을 통해 선보인 자신만의 공간 언어를 미술관과 공공 공간으로 확장하며 일반 관객이 그 일부가 되는 경험을 선사해 왔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30여 년간 공연, 시각예술, 건축과 문학, 기술을 넘나들며 쌓아온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펼쳐놓는 자리다.
전시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부분은 '책'이다. 에스 데블린의 작품은 책에서 발견한 문장을 기록하고, 기억 속 장면을 드로잉으로 남기는 작업에서 출발한다. 전시의 출발이 작은 도서관과도 같은 '인피니트 라이브러리'로 시작하는 이유다. 이곳에서 거꾸로 꽂힌 책들이 빼곡한 서가 위로는 작가의 드로잉과 영상이 흘러나오고, 서가의 문이 열리면 관객은 본격적인 에스 데블린 세계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또, 30여 년간 축적된 수백 권의 스케치북이 하나의 대형 스크린을 이루는 '스크린쉐어', 런던과 서울에서 만난 생물들의 목소리를 합창으로 엮는 '다시 집으로' 등이 이어진다. '콜렉티브 포트레이트'는 관객이 자신의 흔적을 전시에 남길 수 있는 관객 참여형 작품이다.
전시는 갤러리의 건축적인 요소도 작품의 하나로 끌어들인다. 전시가 열리는 푸투라서울의 곡면과 직선의 기하학적 구조, 전시장 밖에서 흘러오는 자연광은 에스 더블린의 작품과 만나 새로운 시너지를 낸다.
8월 20일~2027년 1월 17일
푸투라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