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간의 삶은 강물처럼 흐르고, 지나고 나면 좋은 추억으로 각인된 것들도 있지만 회한도 많음을 피하기 어렵다.
특수교육 불모지의 한국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 1980년대 중반 무렵,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었다. 그 당시 새로운 교육 세계를 탐색하겠다고 제주도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중년 교사들이 다양한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배우는 달구벌 대명동 캠퍼스에 모였다.
계절적으로 무더운 여름과 겨울이었지만 강의실과 숙소를 드나들며 새로운 교육의 창을 만들어 나갔다. 그곳에는 겸손과 섬김의 리더십으로 충만한 훌륭한 스승님들이 계셨다. 덕분에 마음 속에 새로운 영감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대구대학교의 뿌리가 된 한국사회사업대학을 건립하던 시절을 회상한 최영하 교수님의 시집 「더 늦기 전에」에서 발견하였다.
<칠암회 회상>
(전략) "장애아가 소외되던 시절/이들의 길잡이가 되자고/억울하고 힘들어도/배고파 고생스러워도/참고 또 견디자고/그러다가 힘이 빠지고/여력이 소진되면/우리는 모였었지/그저 쳐다만 봐도/괴로움이 가시고/손만 잡아도/난관 극복의 의지가 치솟았지/대명동 2288번지/방과 후나 휴일에는/삽과 괭이로/석산 공동묘지에 운동장을 만들었지 (후략) - 「더 늦기 전에」 최영하 시집에서-
<그리운 이태영 총장님>
(전략) 1959년 봄/처음으로 뵙는 총장님은/흰 피부에 잘 가다듬으신 콧수염/멋쟁이 미남의 귀공자이셨다.
/라이트 하우스(light house)에서/평생을 시·청각 장애아와/동거하신 총장님/출근 시간마다/키 작은 목사님과 도보로/운동장을 가로질러/출근하신 모습이/눈에 선하옵니다/
끝내 희망이 없다고/학원을 떠나신/가족들도 많았지만/먼 미래를 조망하신 혜안으로/총장님께서는 설득 또 설득
후세들에게 벅찬 희망과/용기를 심어주신/신념의 화신, 설득의 대가이셨다. (후략)
위의 두 시를 통해서 한국 특수교육의 본산인 대구대학교의 출발과 발전을 지켜온 지도자들의 헌신은 이 나라 장애학생과 젊은이들의 희망의 등대로 우뚝 서 있다.
이런 인연으로 맺어진 대학원 동기 6명이 20일 인터불고 호텔에서 5명의 스승님들을 모시고 점심식사를 하는 기회를 마련하였다. 팔순과 구순의 스승님들은 평생을 교육자로 대학에서 학자로 보내셨고, 제자들은 배움 덕분에 각지에서 교육감으로, 대학에서 교수로, 현장에서 교장으로 교육과 후진 양성에 진력해 오신 경험을 몸에 지녔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인생이란 백보 십보의 차이며 생각이 중요하다"는 말씀, "교육을 인연으로 한 교학상장"의 좋은 본이 된다고 술회하셨다. 나이들면 다 어렵고 살아 있어서 이렇게 만나는 인연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깨닫는 시간이 되었다. 아무리 물질이 중시되고 어른이 없다고 세상은 이야기 하지만 훌륭한 은사님들을 40여년 만에 모실 수 있다는 영광 또한 우리에게 베풀어 준 하늘의 축복이 아닐까!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남은 여생도 건강하시길 기원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