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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우리가 함께 외쳤던 그날의 이야기

6월 14일, 정부서울청사 앞. 검은 옷을 입은 수많은 선생님이 아스팔트 위에 모였습니다. 그날 저는 ‘故 제주 교사 추모 및 교권보호 대책 요구 전국 교원 집회’의 현장 발언자로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발언을 준비하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제가 전하고자 했던 건 지금도 악성 민원과 무고한 아동학대 신고로 고통받고 있는 수많은 선생님의 현실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더 진심을 담고자 한 글자 한 글자에 마음을 싣고자 했고, 선생님들의 마음을 대신 전한다는 책임감으로 무대에 섰습니다.

 

수업 중 면도날로 교과서를 찢은 학생을 제지했더니 “목소리가 커서 아이가 공포심을 느꼈다”는 이유로 민원이 제기된 일. 길 가던 행인에게 돌을 던진 아이에게 자리 이동을 지시하며 행동을 제지했더니 “아이에게 땀띠가 생기고, 밤에 오줌을 쌌다”며 아동학대로 신고당한 일. 장기결석 중인 아이의 안전을 걱정해 가정 방문을 했더니 오히려 교사가 주거침입죄로 고소당한 일.

 

당시 현장에서 전했던 사례들이 다소 충격적으로 들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분명 실제로 일어난 일이며 아동복지법이 개정되지 않고 지금과 같이 유지된다면 내일 또 일어날 수 있는 게 우리가 당면한 현실입니다.

 

교실 속 안전을 지키려는 노력조차 민원의 대상이 되는 지금, 누가 감히 교육을 말할 수 있을까요? 지도하지 않으면 ‘방치’라 하고, 지도하면 ‘학대’라 하는 이 구조 속에서 교사는 대체 무엇을 기준 삼아 아이들 앞에 서야 할까요?

 

이러한 암담한 현실 한가운데서도, 집회 현장에서 꺼지지 않는 희망의 불씨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그간 교육 현안에 대해 서로 조금씩 다른 목소리를 내던 교원 단체들이 이번만큼은 하나 된 목소리로 “교사의 삶을 지켜야 한다”는 절박한 외침을 함께했습니다.

 

그날은 어느 곳에 소속된 누구냐는 질문이 의미가 없었습니다. 각자의 소속과 견해를 내려놓고, 그 자리에 모인 우리는 모두 한 명의 교사였으니까요.

 

‘선생님, 수고 많으셨어요.’ ‘힘내세요, 우리는 함께예요.’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옆자리 선생님의 따뜻한 위로가 맞잡은 손끝을 타고 전해졌습니다. 우리는 그날, ‘각자’가 아니라 ‘함께’로 존재했습니다.

 

이제는 진정 교사들이 아스팔트 위에서 눈물로 외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또한 무고한 아동학대 신고로 몸과 마음에 병이 드는 선생님이 더는 없기를 바랍니다. 단지 ‘운이 좋아서’가 아니라, ‘당연히 안전해야 할 교실’이기에 오늘 하루를 무사히 보냈다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저는 누군가 지쳐 쓰러지려 할 때 곁에서 손을 내밀기 위해, 우리는 결코 혼자가 아니며 교실을 지키려는 마음들은 서로 맞닿아 있음을 알리기 위해, 언제라도 다시, 조용히 목소리를 보탤 것입니다.

 

그 마음으로, 오늘도 내일도 교단에 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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