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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뷰] 거북이 이야기

이번 호에서는 지구에서 살고 있는 동물의 신비하고 과학적인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이번 호의 주인공은 장수의 아이콘이자 ‘토끼’와의 달리기 경주에서 이긴 ‘묵묵함’의 대명사인 거북이입니다. 100년, 아니 400년까지도 살기 때문에 집에서 키우려면 손주에게까지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죠. 3대에 걸쳐 키운다는 거북이와 관련된 과학이야기를 들어볼까요?

 

Q1. 거북이는 왜 등껍데기가 있나요? 소라게처럼 알몸으로 태어나서 등껍데기로 쏙 들어가는 거예요?
아닙니다. 거북의 트레이드마크인 등껍데기는 피부가 변형돼 만들어진 다른 동물들과는 아예 격이 다릅니다. 놀랍게도 거북이 등껍데기는 뼈가 변형된 것이랍니다. 척추뼈를 중심으로 양 갈래로 뼈들이 생장하면서 몸 전체를 덮고, 피부밑 조직과 결합해 통처럼 변하면서 껍데기가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죽은 거북의 등껍데기 내부를 보면 척추를 관찰할 수 있답니다. 


거북의 껍데기는 등에만 있지 않습니다. 일명 ‘배딱지’라고 불리는 ‘복갑’은 가슴 쪽 갈비뼈가 확장되면서 마치 등껍데기처럼 변한 후, 결국 등껍데기와 배껍질이 양쪽 끝에서 서로 만나서 융합되면서 만들어지고, 마침내 진정한 갑옷으로 거듭납니다. 그래서 ‘슈퍼마리오’에서 나오는 것처럼 거북이가 껍질만 둔 채 몸만 빠져나오는 건 말도 안 되는 얘기랍니다. 이건 마치 사람이 척추와 갈비뼈를 두고 몸만 빠져나올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예요. 


Q2. 거북이는 오래 살잖아요? 가장 오래 산 거북이는 어떤 거북이인가요?
거북은 대표적인 장수의 상징이죠. 육지에서 사느냐 바다에서 사느냐에 따라 수명의 차이가 있지만, 육지거북의 수명은 대략 100년 내외, 바다거북은 400년 이상 산 기록도 있다고 합니다. 400년 이상 살았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냐고요? 1950년대에 잡힌 바다거북의 등에 스페인 사람의 이름과 배 이름이 새겨져 있었는데, 이름을 추적해 보니 400년 전 스페인 함대에 소속된 전함 이름이었던 것으로 밝혀진 거죠. 그때 살았던 누군가가 거북의 등껍데기에 이름을 적어놓았을 테니 결국 이 바다거북의 수명은 400살이 넘었다는 계산이 나온 거죠. 


살아있는 거북이 중에서 가장 오래 산 거북이는 190살의 조나단이라는 거북이예요. 오늘날까지 녀석의 주요 관심사가 뭔지 아세요? 짝짓기 하는 것이라고 하네요. 전문가들은 “190살인데도 아직 정정하다. 조나단에게는 여전히 많은 에너지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고 하네요. 앞으로 50년은 더 살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합니다.

 

Q3. 거북이 장수의 비결은 뭔가요?
거북이가 이렇게 오래 살 수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사람과 달리 세포가 노화되지 않는 것일까요? 모든 생명체는 세포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세포는 레고를 만들 때 설명서를 보고 만드는 것처럼, 염색체 DNA라는 설명서를 토대로 세포가 만들어집니다. 이러한 염색체를 보호해 주는 보호막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텔로미어라는 물질인데, 사람은 나이가 들면 텔로미어 길이가 점점 짧아져서 결국 나이를 먹으면 염색체가 파괴되어서 노화가 오고 죽게 됩니다. 그런데 거북이는 닳아 소진된 텔로미어를 다시 복구해 원상태로 만드는 능력이 아주 뛰어납니다. 즉 사람의 텔로미어는 한 번 닳아 없어지면 끝이지만, 거북이의 텔로미어는 끝내 소진되기는 하지만 가끔 복구되기도 하기 때문에 사람보다 더 오래 살 수 있는 것이랍니다. 


또한 거북이는 선천적으로 면역력이 아주 좋다고 합니다. 그래서 거북이는 바이러스와 박테리아·곰팡이·기생충에 대한 방어가 뛰어납니다. 즉 인간의 표현으로는 ‘질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암을 억제하는 유전자도 유독 많이 발견돼 거북이는 암에도 잘 걸리지 않습니다. 작은 질병도 걸리지 않고, 암 같은 큰 병도 피해 가며, 노화도 느리니 오래 살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Q4. 거북이는 보통 온순한 걸로 아는데, 굉장히 난폭한 거북이도 있다고요?
네, 맞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난폭 거북’은 바로 악어거북이에요. 이 악어거북은 크기도 80cm 넘게 자라고, 무게는 100kg 넘게 성장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무는 힘이 엄청나다는 거예요. 육식동물 중에서 무는 힘이 가장 강한 것은 바로 하이에나인데, 무는 힘은 약 450kg 정도 됩니다. 


악어거북의 치악력은 하이에나보다 강합니다. 무려 500kg이 넘는다고 해요. 즉 물리면 사람 손가락도 바로 잘려버립니다. 치악력이 가장 강한 생명체는 악어예요. 무는 힘이 자그마치 약 1,000kg~2,000kg 정도나 된답니다. 과거 멸종한 종까지 포함하면 육지에는 티라노사우루스가 4,500kg 정도의 치악력을, 바다에서는 메갈로돈이 약 15,000kg의 치악력을 가졌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악어거북은 엄청 사납고, 눈앞에 뭔가 나타나면 일단 물고 보는 습성이 있어서 굉장히 위험한 종이에요.

 

Q5. 그럼 악어거북은 사냥을 어떻게 하나요?
악어거북은 살아있는 물고기를 사냥하는데, 물고기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악어거북 근처에도 안 갈 것 아니에요? 그래서 악어거북은 엄청난 전략을 씁니다.


물고기를 유혹하기 위해서 악어거북은 어떤 전략을 쓸 것 같으세요? 정답은 악어거북의 혀 모양을 보면 알 수 있어요. 악어거북은 혓바닥이 마치 지렁이처럼 보이게 진화가 되었다고 해요. 그래서 입을 크게 벌리고, 혓바닥을 살랑살랑 흔들면 누가 봐도 지렁이가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요. 이것에 속은 물고기가 지렁이처럼 보이는 혓바닥을 먹으려고 하는 순간 입을 닫아버려서 한 번에 먹이를 사냥해 버린다고 합니다. 한번 물면 절대로 놓치지 않기 때문에 엄청 위험하죠. 


일본에서는 악어거북 때문에 상당히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해요. 한때 생긴 것 자체가 멋있는 괴수를 닮았다는 이유로 큰 인기를 끌면서 엄청나게 많이 수입했는데, 급격히 성장하는 탓에 금세 사육하기 버거워져서 내다 버렸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현재 일본에서는 가장 심각한 생태계 파괴 종으로 낙인찍혀 있다고 해요. 물가에 놀러 갔다가 손가락 발가락이 절단될 위험성이 아주 커서 더 주의를 요하고 있다고 합니다. 

 

Q6. 거북이 다큐를 보면 바다거북 새끼들이 모래 속에서 알을 까고 나와서 본능적으로 바다를 향해 달리던데 이건 어떻게 알고 달리는 거예요?
새끼들은 태어나자마자 진정한 데스 레이싱을 시작해요. 보통 암컷 한 마리가 50~200개의 알을 낳는데, 거기서 태어나서 살아남는 거북이는 고작 몇 마리밖에 안 됩니다. 알에서 태어난 새끼 중 절반 이상은 바다로 가는 중에 바닷새나 게 등의 먹잇감이 되어 버린다고 해요. 


최근엔 인간 때문에 더 생존율이 떨어지고 있지요. 거북이 새끼들이 본능적으로 바다를 향해 기어가는 원동력은 사실 바다에 비치는 달빛을 쫓아 움직이는 것인데, 해안마을 주변에서 태어난 경우 가로등 불빛을 바다에 비친 달빛으로 착각해서 엉뚱하게도 바다 대신 도로로 올라오다가 사고로 죽는 새끼들도 매우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현재 모든 바다거북 종류가 IUCN 적색 목록의 멸종위기종에 속해 있습니다. 

 

Q7. 거북이하면 또 자라가 생각나는데, 자라랑 차이가 뭔가요?
큰 범주에서 본다면 거북과 자라는 파충류의 거북목에 속하는 공통점이 있지만, 두 동물은 엄연히 다른 차이점을 가지고 있어요. 가장 쉬운 구별법은 등껍데기를 만져보면 알 수 있어요. 거북의 등껍데기는 딱딱하고 자라는 물렁물렁해요. 만져봤을 때 뭔가 물컹한 느낌이 든다면 그건 자라겠지요? 또한 거북이는 등껍데기에 무늬가 있지만, 자라는 무늬가 없거나 밋밋한 특징이 있어요.

 

그리고 거북이는 이빨이 없는데 자라에게는 날카로운 이빨이 있답니다. 그래서 한국 한정으로 건드렸을 때 무는 자세를 취한다면 자라에요. 악어거북만큼 강하진 않지만, 그래도 자라의 무는 힘도 180kg이 넘어서 쇠젓가락을 가볍게 절단시킨다고 하니, 사람 손가락도 쉽게 절단될 수 있겠죠? 혹시라도 자라에게 물렸을 때는 흔들어서 털지 말고, 물에 넣으면 자라가 스스로 입을 벌린다고 해요. 그 외에도 거북이는 물과 육지를 왕래하고, 자라는 수중에서 생활한다는 차이점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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