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직접 고른 '김효석 교육부총리' 카드는 김 의원의 고사로 논란만 남긴 채 다시 거둬들이게 됐다.
이기준(李基俊) 전 교육부총리 인사파문 이후 후임 물색에 고심해온 노 대통령은 '대학교육 혁신및 산학(産學) 연계' 과제를 수행하는데 민주당 김효석 의원이 적임이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그러나 노 대통령과 김 의원과의 개인적 친분이 두터운 것은 아니었다. 노 대통령이 지난 2003년 9월 민주당을 탈당하기까지 같은 당 소속으로서 가졌던 '업무적 관계'가 대부분이었다는게 주변의 설명이다. 지난 2002년 민주당 경선 당시 '이인제계'로 분류되던 김 의원은 노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확정되자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에 가세, 같은해 5월 제2정조위원장을 맡아 경제정책 분야를 보좌했었다.
노 대통령은 이때부터 김 의원의 역량을 눈여겨 봐왔으며, 참여정부 출범 직후 각 부처의 대통령 업무보고시 당 제2정조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한 김 의원의 '정책 조언' 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노 대통령은 김 의원의 중용을 염두에 두고 있었으며, 17년간의 대학교수 생활 및 산업.경제계에 대한 이해도 등을 감안해 김 의원을 후임 교육부총리로 직접 낙점했다고 한다.
실제로 노 대통령은 21일 저녁 김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교육부총리 제의 배경에 대해 "경제 관련 구조조정 전문가이고 경제혁신을 해본 경험이 있어 대학교육 개혁을 해달라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또 "연두 기자회견에서 `일각에서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를 기용하라고 (권유)하더라'고 밝힌 것도 김 의원 당신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말했다고 김 의원이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전했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김효석 교육부총리' 낙점 의사를 김우식(金雨植)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전달했으며, 김 실장은 지난 17일께 남미를 방문중인 김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교육부총리직을 제의했다.
통화 당시 김 의원은 당 관계 등을 감안해 간곡한 표현으로 고사의 뜻을 밝혔으나, "대통령을 직접 뵙고 말씀드려달라"는 김 실장의 요청에 따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취임식 참석 일정을 접고 20일 오전 급거 귀국했다.
앞서 김 의원은 해외방문에 동행한 한화갑(韓和甲) 전 대표에게 이 문제를 상의했으며, 한 전 대표는 "당원과 국민을 생각해 현명하게 판단하길 바란다. 다만 큰 부담은 갖지 말라"고 말했다고 한다.
김 의원은 귀국 직후 자신의 측근 및 지인들의 의견을 듣는 등 숙고 끝에 21일 오전 김우식 실장을 만나 공식적인 고사의 뜻과 함께 이를 대통령에게 직접 설명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결국 김 의원은 이날 저녁 노 대통령과 만찬을 함께 하며 "당과의 관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내달 전당대회를 앞둔 상황이어서 당과 충분한 협의없이 결정하기엔 부담"이라며 "또한 비경제부처이므로 부담이 간다"고 고사의 뜻을 전했으며, 노 대통령은 "역량을 활용하고 싶었는데 아쉽다"며 이를 받아들였다.
이번 교육부총리직을 제의 및 고사 과정에서 가장 큰 관심은 김 의원의 당적 문제에 모아졌다. 향후 `열린우리당-민주당 통합'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이 정치권에서 제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이를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게 청와대와 김 의원의 설명이다.
노 대통령은 김 의원에게 "(당) 통합은 대통령이 나설 문제도 아니고 국민의 뜻과 정국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되는 것이지 대통령이 나서서, 더구나 인사를 갖고 통합하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김 의원의 기용은 개인적 신뢰에 따른 것이며, 앞으로 당에 관계없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은 계속 입각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종민(金鍾民) 대변인도 "역량이 뛰어나면 당적과 관계없이 누구에게라도 인사제안을 할 수 있으며, 이번에도 그런 차원에서 아무 조건없이 제안한 것"이라고 밝혔고, 김 의원은 "대통령이 정치적 포석을 깔고 이렇게 한 것 같지 않으며 이에 대해선 노 대통령에 대해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이 김 의원에게 교육부총리직을 제의한 사실이 확인되자 민주당은 "노 대통령의 민주당 파괴공작의 일단이 드러난 것으로 보고 강력히 규탄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나라당도 "배후에서는 원내 과반수를 유지하기 위해 민주당을 흔들어 합당하려는 전술전략으로 의심된다"며 강도높은 비판에 가세, 여진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